'공공의 적'이란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의사라는 집단이 그렇게 된 것 같다. 의창에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글을 쓰면서 아직도 의과대학생들은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라고 썼더니 '나이롱환자 만드는 의사, 노인성 질환에 과잉검사를 요구하는 의사, 교통사고 환자를 끌어모으려는 병원 등 의료업계에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소문난 사실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라는 댓글이 붙었다.
그렇게 비도덕적으로 비치는 의사들이 과연 의과대학에 들어올 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들어오는지를 알고 싶어 본과 3학년 학생 88명에게 '의과대학에 들어온 동기'에 대해 글을 써오도록 했다.
'수능 점수가 높게 나오자 주위 분들이 의과대학을 권유하고 본인도 의사라는 직업이 괜찮은 것 같아서' 30명, '자신이 혹은 부모님이나 할머니 등 가족이 암이나 뇌졸중 등 중한 병으로 고생했거나,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어서' 13명, '슈바이처'장기려 박사'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등 훌륭한 의사에 관한 책을 읽거나, 의학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 등을 보고' 10명, '교회나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갔는데 그곳의 못사는 사람이나 장애인들을 보고 장차 그들을 돕고 싶은 삶을 살고 싶어' 10명, '가족이나 친척이 의사이거나 의료업에 종사하는데 그들의 삶이 괜찮은 듯 보여서' 10명, '어릴 적 자신이 혹은 동생이 아파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그 의사분이 너무 친절하고 멋있게 보여' 7명, '동물이나 인체 해부 등의 공부에 흥미가 있고 의학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7명, '가난이 너무나 싫어서'가 1명 있었다.
나는 어렸을 적 자주 아팠고 어머니가 병으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지금처럼 의과대학에 최상위 학생들이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부터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그 시기를 안전하게 보내자 전국의 모든 부모가 자식들이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의과대학에 자식을 보낸 부모는 선민(選民)의식과 함께 자랑을 했고, 그렇지 못한 부모는 좌절감과 함께 질시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경쟁에 이기고자 과도한 투자를 하여 개원을 했고, 일부는 파산하기도 하고, 일부는 부도덕한 행위를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지만 아직 많은 의과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마음속 밑바탕에 어렵거나 아픈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오는 것 같다. 이들의 초심이 변하지 않고 일생의 의업을 수행하고 마치도록 도와주고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의사들도 사회에서 직'간접으로 받아왔고 받고 있는 많은 혜택을 인식하고 존경받는 의료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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