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던 도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이달 13일 오전 대구 남구 대구은행 대명동지점 3층 파랑새다문화복지센터. 대구지역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른 시각부터 이들이 모인 것은 아프리카의 어린 생명들에게 보낼 털모자를 짜기 위해서다. 이날 이곳에 모인 사람은 여성결혼이민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50여 명. DGB금융그룹부인회 회원 2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뜨개질 도구와 털실로 무언가를 열심히 뜨기 시작했다. 이들이 뜨고 있는 것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작고 앙증맞은 털모자.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에게 길쭉한 바늘에 코를 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을 풀었다가 다시 뜨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DGB금융그룹부인회 회원들이 도우미를 자처했다. 바늘 코를 잡는 법에서부터 겉뜨기 방법까지 익숙한 솜씨로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들의 도움으로 이주여성들은 하나둘씩 모자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2, 3시간쯤 정성을 들이자 털모자가 모양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이들이 짠 털모자는 모두 50여 개. 참가자들이 모자 1개씩을 짠 셈이다.
대구로 시집 온 지 10년째인 올가(38'대구 대명동) 씨는 "다문화가정은 소외계층이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늘 도움을 받았는데 봉사활동을 실천할 기회가 생겨 정말 반갑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이 모자가 아프리카 신생아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이 짠 털모자는 세탁과정을 거쳐 밀봉팩에 하나씩 포장된 뒤 유네스코 산하 국제아동구호기관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아이들에게 보내진다.
각종 질병과 기아에다 저체온증 등으로 죽음에 내몰린 신생아들에게 작지만 기적의 선물이 되는 셈이다. 털실 등 재료는 대구은행 측이 전액 기부했다. 이들이 모인 파랑새다문화복지센터 역시 대구 지역 다문화가정 자녀와 여성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키 위해 대구은행이 지난해 마련한 곳이다.
DGB금융그룹부인회 심선희 회장은 "비록 작은 힘이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큰 힘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더운 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털모자가 왜 필요하냐'고 묻던 이주여성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뜬 모자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자세도 진지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이달 13일 파랑새다문화복지센터에 모인 대구지역의 결혼이주여성들이 DGB금융그룹부인회 회원들과 함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낼 털모자를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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