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만9천대 차고지 1천400대뿐…주택가 파고든 화물차

주민들 경적·예열 소음 고통… 민원 빗발쳐도 단속 불구경

대불로 양쪽 가장자리 차로는 대형 사업용 차량으로 말미암아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대불로 양쪽 가장자리 차로는 대형 사업용 차량으로 말미암아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대구 수성구 지범로는 밤이 되면 주차한 대형 화물차량이 도로 가장자리 차로를 점령한다.
대구 수성구 지범로는 밤이 되면 주차한 대형 화물차량이 도로 가장자리 차로를 점령한다.

12일 오후 9시 50분쯤 대구 북구 연암공원로(산격동) 한 상가 앞. 김모(54'여) 씨가 손바닥으로 박모(52) 씨의 뺨을 때렸다. 주차문제가 발단이 됐다. 차댈 곳이 없자 박 씨는 김 씨의 상가 앞에 화물차를 대고 인근 식당에 갔다. 그러자 김 씨가 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차를 빼라"고 했다. 둘은 말싸움을 했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였다. 둘의 실랑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끝이 났다.

◆차고지 크게 부족

주택가까지 파고든 화물차 주차로 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이들 차량 탓에 통행 불편은 물론 각종 소음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차주들은 "차고지가 부족한데다 (차고지) 위치가 주거지와 멀어 생긴 일이니, 도심에 차댈 곳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용 화물차는 차고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정한 장소(1.5t은 제외)에만 주차하게 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20만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대구시에 등록된 화물차는 1만9천여 대인데 반해 차고지는 4곳(약1천400대 주차)으로 많이 부족하다. 1.5t을 초과하는 차량은 차고지 없이는 등록이 되지 않지만 차고지가 대부분 외곽에 있어 차주들이 거주지 인근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 동구 금호강변로 율하체육공원 주차장. 15일 자정쯤 돌아본 이곳엔 모두 36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13대는 승용차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사업용 차량이었다. 2.5~4.5t 화물차(14대)부터 이삿짐 화물차(3대)와 학원용 승합차(2대), 심지어 굴착기를 실은 차량도 있었다. 차체가 긴 화물차는 5개 주차 면에 걸쳐 가로로 주차돼 있었고 일부 화물차에는 벽돌이나 새시 등이 잔뜩 실려 있기도 했다.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 지범로도 대형차들의 주차장으로 변했다. 14일 오후 11시쯤 이곳 가장자리 차로는 대형화물차가 독차지하고 있었다. 6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각종 차가 점령해 4개 차로만 도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두산오거리에서 200여m까지 양옆으로 주차한 사업용 차량은 다양했다. 철제 빔이나 빈 술병을 실은 차량부터 셔틀버스까지 일렬로 세워져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땐 주차된 대형 화물차량에 가려져 오가는 차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화물차 사이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나오면 자칫 인명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북구 대불로 양쪽 가장자리 차로는 오후부터 주차장이 되다시피 했다. 14일 오후 4시쯤 왕복 4차로 중 2차로는 주차한 차량이 늘어서 있었는데 대불공원 남쪽 도로 600여m엔 10대 중 6대가 사업용 대형차들로 진을 치고 있었다. '사업용 대형차량 불법 및 밤샘주차 집중단속'이라는 플래카드 바로 아래에도 5t 화물차가 버젓이 주차해 있었고, 도로 곳곳에는 기름 얼룩이 번져 있었다.

◆주민들 소음 시달려

주민들은 이런 차들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모(45'여) 씨는 "늦은 밤과 새벽에 경적소리와 예열을 한다며 켜놓은 차량 소음이 잠을 깨우기 일쑤고, 이 차들 때문에 집 앞에 차도 대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구청들도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리조리 옮겨다니는 탓에 사업용 차량의 밤샘 주차를 뿌리뽑지 못하고 있다. 북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집이 근처라 잠시 주차해놨다는 차주가 많고, 이동조치를 해도 인근 주택가에 몰래 주차해버리는 사례도 다반사여서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차주들은 "도심에서는 차고지 확보가 어려워 외곽지역이나 시외지역에 차고지를 둔다. 이 탓에 집과의 이동이 어렵고, 대구에서 물건을 내린 뒤 빈차로 차고지로 갈 수 없어 화물을 실을 때까지 (불법주차한 채) 대기하는 일이 많다"며 "차주들을 범법자로 몰지 않으려면 도심 차고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물류수송을 담당하는 화물차량이 대구경제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차고지가 거주지와 멀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차고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차고지 확보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고 했다. 시는 올해 안으로 사업용 차량의 주차 수요를 파악해 차고지 확충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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