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소싸움 2014 시즌 개장이 무기한 연기(본지 2월 15일 자 1면 보도)됐다. 올해 시즌 개장일로 예정됐던 15일, 소싸움경기장 입구는 온종일 굳게 닫혀 있었다.
올해 첫 소싸움을 보기 위해 청도를 찾은 관람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는 일부 방문객에게 청도공영사업공사 직원들은 개장 선물로 준비했던 기념품과 홍보용 CD를 건네며 양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대전에서 단체관람을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청도소싸움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표 볼거리인데 이처럼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올해 시즌 개장은 소싸움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이를 어겨놓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청도소싸움경기장의 무기한 개장 연기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시즌 개막 당일에 개장 협상을 완료하는, 벼랑 끝 협상을 벌였던 청도공영사업공사와 ㈜한국우사회는 올해 결국 파행위기를 불러오고 말았다. 양측은 지난해 6월부터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개장 연기라는 초강수를 두며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소싸움경기사업을 운영하는 시행 주체이고, 우사회는 경기장을 지어 청도군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31년 9개월간 무상사용권을 갖고 있는 민간수탁자다. 공영사업공사는 올해부터 우사회 측에 15억~20억원가량의 경기장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사용료 협상에서 밀리면 경영수지 악화와 기득권 상실 등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일단 양측은 지불금액과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접근을 본 상태로 알려져 있다.
정작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경기장 자산의 귀속'안이다. 공영사업공사는 경기장 내 냉난방시설을 갖춘 1천여 석의 소망관과 각종 장비 등 수십억원이 들어간 경기장 추가시설을 공영공사의 자산으로 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사회는 만약 사용협약이 해지될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갖춘 시설물은 원상복구한다는 조항을 넣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우사회가 공영사업공사로부터 빌린 대여금의 원금과 이자 등 약 40억원에 대한 상환유예와 납부방식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공영사업공사와 우사회는 각각 청도군과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강한 입장이 계속된다면 올해 소싸움 개막 자체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우사회가 상식적인 선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의견 제시와 개장의지를 가지고 협의에 나올 것"을 촉구했고, 우사회 관계자는 "지난 2년 4개월간 양보할 만큼 했으며 이제는 권리를 지켜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3년간 상승가도를 달리며 지난해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소싸움장은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시행인가를 최대한 빨리 받더라도 사업일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건전한 레저문화 정착을 기치로 급성장세를 보이던 소싸움사업은 이미지 타격과 마니아층의 이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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