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정희(44) 씨는 이달 10일까지만 해도 월급날(20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지난달 설 보너스도 받지 못한데다 이달 들어 졸업식이다, 친지 결혼식이다 해서 지출이 많았던 터라 월급날이 더욱 기다려졌다. 또 김 씨는 해마다 150여만원에 가까운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아 2월은 실질적으로 월급을 두 번 받는 달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회사 총무 부서에 환급금이 얼마인지 확인하고서는 깜짝 놀랐다. 올해 연말정산 결과 오히려 50여만원을 토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해마다 2월 급여에서 기대했던 '13월의 보너스'는커녕 오히려 '13월의 세금폭탄'을 맞은 셈이다.
김 씨는 "연말정산 방식이 많이 바뀌어서 환급금이 줄어들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연말정산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소비형태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부터 연말정산 환급액이 포함된 2월 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환급금이 줄거나 되레 세금을 추징당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환급액이 줄고 납부세액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2012년 9월부터 월급에서 일괄적으로 떼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평균 10%씩 줄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줄인 것이 연말정산 환급금을 줄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이 줄고 의료비 등의 공제율이 한정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연말정산은 매달 근로자의 월급에서 일괄적으로 떼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과 실제 소득'지출에 따라 부과되는 결정세액의 차액만큼 환급하거나 추가 납부토록 한 제도다. 월급에서 미리 떼는 세금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연말정산에서 되돌려받는 돈도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매달 평균 10%씩 세금을 덜 낸 만큼 단순 계산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도 평균 10% 줄어들게 된다. 또 올해부터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20%에서 15%로 줄고 주택임대료 공제율 상향, 의료비'교육비 등 1인당 소득공제액이 2천500만원으로 한정된 것도 환급혜택의 축소 요인이다.
앞으로도 연말정산 환급금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세법개정을 통해 장애인, 70세 이상 경로우대자 등에 대한 근로소득 추가 인적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사주출연금 등 일부 특별공제 항목도 세액공제로 바뀔 전망이어서 소득이 높은 근로자일수록 과표기준이 강화되고 환급혜택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달라진 정산규정은 근로자들의 소비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 소득공제율이 낮아진 신용카드 대신 공제율이 25%에서 30%로 높아진 직불카드나 공제율이 30%인 현금영수증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강미정 씨는 "올해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대신 직불카드를 사용하거나 귀찮더라도 현금영수증을 꼬박꼬박 챙기는 소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연말정산 환급금 감소요인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 월평균 10%씩 축소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20%에서 15%로 축소
▷주택임대료 공제율 평균 10% 상향조정
▷ 의료비'교육비 등 소득공제액 한정(2천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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