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궁원때문에…보문단지 휴일마다 주차장

작년 9월 개장 수요예측 실패

"보문에서 결혼식이나 행사가 열리면 겁이 덜컥 납니다. 도로가 너무 막혀 꼼짝도 못하니까요."

휴일이었던 16일 오전 11시 경주 보문단지 내 동궁원 앞 북군동 식당가 일대. 폭 13m, 4차로 도로가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했다.

보문단지 내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동궁원으로 진입하는 차량, 북군동 식당가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한데 엉키면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차량을 세워두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정체는 더욱 가중됐다.

이곳 정체는 인근 도로의 혼잡으로 이어져 대구~포항 7번 국도에서 보문으로 진입하는 경주~감포(경감로) 도로, 보문입구 숲머리 식당가, 북천을 끼고 올라오는 알천북로는 차량들이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쪽 도로가 밀리자 보문호를 끼고 보문단지 내 호텔가 등으로 진입하는 호반도로도 심한 정체를 빚었다. 정체는 2시간가량 지속됐다.

최근 경주 보문단지에서는 주말'휴일이되면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된다. 정체는 지난해 9월 경주 동궁원이 개장하면서 시작됐다. 하루 유동인구 3천 명(휴일 기준)을 예상하고 동궁원이 완공됐지만 자체 주차공간은 153면(대형 5면, 장애인 5면 포함)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말과 휴일이면 인근 도로는 몸살을 앓는다.

16일 보문단지 내 한 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이정우(53'경주시 노서동) 씨는 "예식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왔는데도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경주시가 동궁원을 만들 때 주말 차량 통행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동궁원을 구경왔다는 장은수(62) 씨는 "아침 일찍 왔는데도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한참 동안 갇혀 있었다"고 했다.

경주시는 휴일만 되면 되풀이되는 정체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 달 말까지 병목현상이 심한 동궁원 앞 도로에 폭 3.25m 길이 480m의 도로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인근에 동궁원 차량을 대폭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오히려 더 큰 정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시 한 관계자는 "동궁원 인접 도로는 교통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었고, 이처럼 차량이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경북관광공사 소유의 인근 수목원 부지를 인수, 주차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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