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갈등관리 시스템 재정비해야

대한민국은 갈등공화국이라고들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전경련 주최의 국민대통합 심포지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2010년 기준으로 OECD 27개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네 번째 수준이었던 2005년보다 더 악화되었다. 또한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원이고, 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완화되어도 1인당 GDP가 7~2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완전히 제거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순기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역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사회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대부분은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정도로 그 역기능이 매우 심각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과 정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갈등의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크다. 이러한 갈등은 사업의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은 물론 찬성 집단과 반대 집단 간 첨예한 대립으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건설,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등의 갈등으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는가? 따라서 공공사업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갈등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이념갈등, 계층갈등, 노사갈등 등 다른 사회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공공사업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업의 타당성과 추진방식 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여 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업이나 정책을 결정하여 공표하고, 문제가 제기되면 방어하는 정부 주도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갈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역량도 우리는 부족하다. 일례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하여 2005년에 설립된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지난해까지 14건의 운영실적밖에 없다. 그나마 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갈등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효성뿐만 아니라 신뢰성까지도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갈등조정기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현재의 갈등관리 시스템, 즉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유명무실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갈등관리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제적으로 갈등을 예방하고 독립적인 입장에서 갈등을 조정할 권한과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갈등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갈등관리 기본법'을 제정하여 공공갈등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본 틀부터 구축해야 한다. 다행히 새누리당 대표도 신년 회견에서 갈등관리 기본법을 만들어 갈등 해소의 기틀을 닦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을 하루빨리 실현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루빨리 갈등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주재복/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지원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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