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사람이라도 더"…건물 더미에 구조 난항

17일 오후 9시5분쯤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이 천장에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대 앞쪽 천장 모서리가 삐걱대기 시작한 지 10초가 채 되지 않아 뒤쪽 입구까지 천장은 'ㅅ'자 형태로 내려앉았다. 이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즐기던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500여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천장 잔해와 눈 속에 파묻혀버렸다.

정임지(중국어학과)양은 "무대쪽에서 굉음과 동시에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무조건 입구쪽으로 뛰었다. 입구쪽에서 친구들의 몸이 갑자기 뒤엉켰고, 아이들이 차례로 넘어졌다. 아이들은 서로의 몸을 짓밟으며 필사적으로 밖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정 양은 사고현장 참사에 온몸을 떨며 눈물을 훔쳤다.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학생들은 "사고는 피할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사망자 가운데 여학생이 특히 많은 것은 어문학과 특성도 있지만 매몰된 천장잔해와 눈을 치울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목격자들은 안타까워했다.

김모(19)군은 "바닥에 쓰러진 여학생을 봤다. 구해주고 싶었는데 뒤에서 밀려오는 아이들 때문에 밟고 지나갔다. 내 침대 앞에 목숨을 잃은 여학생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는데, 혹시 그 친구가 아니었나 싶어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최보경(태국어학과)양은 "무대 앞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천장이 뒤쪽 입구까지 도달하는데 몇초가 안걸렸다. 강당 중간에 있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입구쪽으로 내달리다 보니 넘어지면서 특히 많이 다쳤다. 무대근처와 입구주변이 그나마 피해가 덜했다"고 말했다.

김혜인(인도네시아어과)양은 "붕괴는 행사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쩍쩍'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진행됐다. 바닥에 그냥 앉아있던 아이들은 피할새도 없이 눈에 파묻혀버렸다. 남학생들은 힘이 있어 눈을 헤치고 나왔지만 여학생들은 눈 위로 손만 내밀어 버둥댈 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무대 귀퉁이에서 시작한 천장붕괴가 뒤편 입구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10초가 안됐고, 입구도 한곳 밖에 없어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았다고 했다. 샌드위치 판넬 천장에 쌓인 눈도 위태로워 보였고 계속 눈도 내려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천장에 높이 쌓인 눈을 치우거나 눈위험을 점검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강당에는 출입구가 하나 밖에 없었고 화재 등 위험사고 발생시 대피에 대한 안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다친 학생들 대부분은 부상 원인에 대해 매몰보다는 서로 엉켜서 생긴 것이 더많다고 했다. 병원관계자들은 "중경상이 많다. 서로 몸이 엉키다보니 눈에 더 깊이 매몰되고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다행히 탈출한 학생들은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박승혁'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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