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는 전통시장인 칠성시장에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신기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빠지지 않고, 가격 또한 싸기 때문에 부담 없이 쇼핑을 즐긴다. 어느 날 아내가 칠성시장축제가 열린다며 구경을 가자고 해서 한번 데이트도 할 겸 따라나선 적이 있다. 시장에 가보니 정말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요란한 소리 속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발길을 그곳으로 돌렸다.
품바의 재미난 입담과 흥겨운 노랫소리에 나와 집사람의 어깨까지 들썩인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품바품바가 들어간다 품바품바가 들어간다 어허 품바가 들어간다.' 특히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은 신나서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각설이 타령을 재미있게 따라 불러보기도 하였다.
각설이 타령은 어른들만이 느끼는 노랫소리가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구전민요다. 각설이 타령은 각설이패가 부르던 타령으로 장타령이라고도 한다. 옛날 거지나 문둥이들이 남의 집 앞이나 장터에서 손을 벌려 구걸할 때 부르던 잡가인데 비애가 서려 있는 타령조로 되어 있다.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품바들은 떠돌아다니며 살 수밖에 없다는 역마살이라도 끼인 것처럼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면서 구경꾼들에게 각설이 타령으로 흥을 주고, 때로는 해학이 담긴 입담으로 웃음을 주면서 구경꾼들과 함께 어울려 한바탕 신바람이 나도록 놀아 구경꾼들의 혼을 빼앗기도 한다.
요즘은 공연을 통해서나 가끔 축제기간에 각설이 타령을 볼 수 있다. 복장이나 내용도 많이 변형되어 옛날의 고유한 품바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설이 타령이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어쩌면 이장 저장으로 떠도는 장돌뱅이 같은 품바의 삶에 공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고유하게 내려오는 흥겨운 리듬의 음악이 우리 핏줄 속에서 흐르고 있는 잠재된 감성 유전자를 일깨워서 아직까지도 어깨를 들썩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할 것만 같은 가사 속에 깨달음의 길을 넣어 널리 알리고 해학과 풍자 속에 참다운 길을 가라는 것이 각설이 타령의 진정성인 것이다. 이렇듯 각설이 타령은 유쾌함과 상쾌함, 통쾌함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옛 성현의 깨달음을 선물해 준다.
박 병 준(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bill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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