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눈물 바다 영안실

17일 매몰사고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울산 21세기병원은 숨진 학생들이 도착한 밤 10시부터 오열로 가득찼다.

사망자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박주현 양 어머니와 가족들은 실신을 거듭했다. 딸의 차가운 몸을 붙잡고 "안돼"만을 목놓아 외쳤다. 어머니는 침대를 부여잡고 아이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통곡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친구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했다.

새벽 1시쯤 울산 21세기병원에 이송된 강혜승(19) 양에게 사망 선고가 떨어지자 부모와 고모, 오빠 등 가족들은 비명처럼 울음을 토해냈다. 병원 직원들이 시신을 영안실로 옮기려하자 이 양의 어머니는 차갑게 식은 딸을 붙들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직 안돼! 어떻게 해줘 봐!" 어머니는 딸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오열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직원들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렇게 다시 30여분이 흘렀고 더 이상 보다 못한 강 양의 아버지가 아내를 꽉 껴안은 사이 직원들이 시신을 옮겼다. 황급히 영안실로 따라 들어가는 강 양의 어머니 눈에는 쉴새없이 눈물이 흘렀다.

매몰자 발굴이 늦어지면서 실종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부모들은 더욱 초조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새벽 2시가 넘자 실종자들이 사망자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2시 47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남학생과 여학생이 들어오자마자 자녀들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부모는 병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함께 자녀의 생사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보호자들도 덩달아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왠지 느낌이 안 좋아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기어코 가고 싶어해 보내 줬더니 이렇게될 줄 몰랐다. 왜 그때 더 말리지 못했는지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총학생회와 리조트 운영자인 코오롱 등 모두가 원망스럽습니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애가 눈을 감을 수 있어요. 제발 이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유가족은 넋이 나간 듯했다.

많은 유가족들이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시신 안치실 옆을 떠나지 못했다. 고(故) 고혜륜(19) 양의 어머니는 장례식장 바로 옆 안치실 문 앞에서 "미안해"를 연발, 보는 이들 모두를 흐느끼게 만들었다.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너 혼자 있게 해 미안해"

박승혁'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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