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디가 제일 좋아요? 여행 좋아하기로 소문난 제게 이렇게 물으시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바다, 계곡, 산, 문화 아니면 유적 중 어디에 관심이 많으십니까? 라고 되묻습니다. 왜냐하면, 여행은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엔 여행가기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기도 한 탓이지요. 물론 저도 처음에는 좋은 곳부터 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오랜 시간 여행을 통해 여행의 묘미와 신비를 터득하고 나니 이렇게 다시 물을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바다의 조각이라는 변산반도의 채석강에 가보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 채석강에 갔을 때 채석강만이 갖는 그 오묘한 모습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곳곳을 돌아보았지만, 돌아갈 땐 아쉬운 마음에 다시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그 이후로 채석강을 일곱 번이나 더 다녀왔습니다.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기 때문이지요. 강바닥에는 헤아릴 수 없는 추상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수많은 책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절벽도 자세히 보면 닮긴 했지만 각기 다른 모양으로 채석강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채석강의 매력에 빠진 탓에 안내판 설명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과 책으로 더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지질학까지 읽어가며 관심은 더 높아졌지요. 이러다 보면 여행도 여행이지만 여행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덕분에, 혼자 돌아다니며 흥분과 차분함을 번갈아 경험하게 되곤 하지요. 게다가 이 정도 수준이 되어버리면 이제 더는 그곳은 가본 곳이 아니라 더 자주 가야 할 곳이 되어버린답니다.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세상만사가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변에도 관심을 두고 보면, 나무나 풀이 예상 외로 종류가 많고 놀랄만한 광경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희 집 근처엔 흔히 볼 수 있는 바위취가 무성합니다. 이놈들은 번식력도 매우 강하지만, 추위에도 강해 한겨울에도 보송보송한 털을 덮은 채 바위틈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봄이 되면 언제 추웠냐는 듯 제일 먼저 잎을 내밀곤 합니다. 그러다가 5월이 되면 큰 꽃이 피는데 한자로 대(大) 자 모양으로 꽃잎 3개는 짧고 2개는 특이하게 길어 희한하다 싶습니다.
이러다 보니 여행을 하다가 길가나 계곡에 핀 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집니다. 꽃 하나하나를 감상하고, 사진에 담으며 이리저리 살펴보게 되지요. 이 정도가 되면 이제는 돌 하나 풀 하나가 전부 달리 보이게 되고, 관심이 가게 되고 결국엔 빠져들게 됩니다. 관심이 있으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게 되고,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궁금해지고 자연스레 관심이 많아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여행을 가게 되면 많은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풍경들이 보는 방향이나 장소에 따라 달리 보이니까요. 간혹 제게 이렇게 한국을 거의 다 보았으면 그 후에는 어쩔 거냐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갈 곳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여행의 묘미를 잘 모르니 하는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여행하다 보면 건강도 따라오게 되고, 죽을 때까지 볼 것이 너무 많아 다 보지 못할 정도가 되니, 또 살맛 나게 된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이든 관심이 있어야 보이고, 깊이 몰입하게 되면 더 새로운 것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진정으로 몰입하게 되면 그걸 달성하려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됩니다. 그 순간에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도록 가치체계가 바뀌게 되지요. 사소한 것조차 관심을 둠으로써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다시금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사랑과 관심과 에너지를 쏟으면 모든 것이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주변을 한 번 돌아보시지요. 그 관심 때문에 여러분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송인섭/대구테크노파크 원장 insopsong@t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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