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주 리조트 붕괴 참사 예견된 人災였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신입생 환영 행사를 하던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중경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극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체육관 건물 지붕 위에 쌓여 있던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은 채 수백 명의 학생이 모여서 행사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100t이 넘는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100여 명의 학생이 화를 당한 것이다.

사고 당시 이 체육관 건물 안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위해 온 부산외대 학생 1천여 명 중 560명이 모여 있었다니 자칫 더 큰 대형 참사를 빚을 뻔하지 않았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일이다. 이 체육관과 똑같은 공법으로 지은 울산 지역의 건물이 올겨울 적설량을 이기지 못해 잇따라 무너져 사상자를 낸 사례도 있다.

그런데 폭설이 난분분한 이 엄동설한에 해발 500m의 산중에 있는, 그것도 중간 기둥이 없어 적설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지붕 건물로 수백 명의 학생이 왜 들어갔다는 말인가. 총학생회의 무리한 행사 강행도 문제지만, 학교 당국은 왜 이를 수수방관했는가. 이번 신입생 환영회는 학교 측과의 갈등 때문에 총학생회가 별도로 추진했다는 얘기도 있다. 낙후된 장소 선정 과정이 어찌 되었건, 사고에 따른 학교 측의 무거운 책임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리조트 관계자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경주 지역에는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50㎝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 눈이 체육관 지붕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던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도 아닌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된 건물은 눈 무게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눈도 치우지 않은 채 학생들을 받았고,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한 간단한 대피 요령 공지도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고 또한 예견된 인재(人災)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명확한 사고 조사에 따라 따질 건 따지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학 생활을 꿈꾸던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통곡을 보며, 다시는 어이없는 후진국형 건물 붕괴 사고로 생때같은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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