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수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17일 용퇴를 선언했다. DGB금융지주 회장직은 다음 달 임기 만료이지만, 내년 3월까지 아직 1년여 남은 대구은행장 자리에서도 같이 물러나겠다고 선포했다. 하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과 차기 대구은행을 누가 맡느냐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춘수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5년간 대구은행장을, 2011년부터 DGB금융지주 설립 이후 초대 회장을 3년간 맡아왔다. 하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룩했다. 또 연달아 터지는 각종 금융 사고에도 대구은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 신뢰를 받았다.
경남은행 인수전과 관련 승부수를 던져서 덩치를 키워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무리한 인수전으로 출혈경쟁의 결과 '승자의 저주'를 당할 수도 있음을 감안하면 무탈하게 안정적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원로들과 전임 은행장들은 간곡하게 사퇴를 만류했다. 지역민의 하춘수 회장에 대한 무한 신뢰를 느낄 수 있다. 은행 내부에서도 '차기 행장설이나 일 년 전 명퇴설'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조직을 키웠고, 감성적으로 소통에 힘썼다.
삼성처럼 고유한 조직과 제도를 갖고 있는 대구은행의 문화를 고려할 때 '3선 은행장'의 타이틀을 거머쥐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DGB금융지주 회장직은 재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들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회장이 아름다운 퇴진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금감원의 원칙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감원은 지방은행이나 지방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은행장과 금융지주회사의 최고 경영자를 동일인이 하도록 하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이는 BS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으로 경남은행 인수에도 공이 큰 이장환 전 회장이 지난해 말 임기를 한 번 더 하려고 시도했지만 불허하면서 성세환 부산은행장을 BS금융지주 회장으로 승인한 데서도 파악된다.
이제 대구은행과 DGB금융지주는 전통을 살려 내부의 역량 있는 CEO를 잘 발탁하여, 제2의 성장과 기업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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