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명이라도 더 구해야…" 암흑속 필사의 구조

비명 새 나오는 곳 따라 접근 무너진 구조물 일일이 해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처참한 몰골로 변해 있었다. 벽면은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된 지붕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체육관 안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건물을 지탱하던 철기둥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지붕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릴 당시 학생들이 느꼈을 끔찍한 공포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부상자나 사망자를 실어나르려는 구급차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고, 2차 붕괴 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현장 접근을 통제했다.

가건물로 지어진 체육관의 기둥은 얇은 철판을 잇대 용접해 붙인 수준이었다. 며칠 간 계속됐던 폭설의 무게를 지탱하기엔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

빙판길을 거슬러 힘겹게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혹시나 살아있을 피해자들을 구조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만큼 구조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무거운 철골 구조물에 뒤엉킨 채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비명이 새어나오는 곳을 따라 구조의 손길을 뻗쳤지만 구조물을 일일이 해체하면서 접근할 수밖에 없어 제때 구조작업을 펼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소형 굴삭기에 줄을 매달아 샌드위치 패널을 들어올린 뒤 삽으로 눈을 퍼내는 작업이 계속됐다. 패널을 들어내고 삽으로 눈을 퍼내길 수십 차례. 떨어지지 않는 패널은 전기톱을 돌려 잘라내고 다시 눈을 퍼냈다. "살려달라"는 외침이 귓전에 맴도는 듯했다.

부산소방본부 특수구조대 김유인 팀장은 "지붕 중앙에 집중적인 힘이 가해져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지붕이 무너져 눈이 집중적으로 쌓인 지역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워낙 쌓인 눈이 많은데다 무너진 패널을 함부로 들어올렸다간 추가 붕괴 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아래쪽에 두 명이 보입니다. 지금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행여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까 봐 소방관들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오전 1시 30분쯤 크레인을 동원해 샌드위치 패널을 완전히 들어올려 건물 밖으로 빼내고 다시 산더미처럼 쌓인 눈을 퍼냈다.

눈발은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몰아치는데 소방관들 머리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힘겹게 꺼내 올린 몸체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신 2구였다. 시신을 수습하는 소방관들 얼굴이 굳었다. 허탈한 마음도 잠시, 구조작업은 계속됐다.

구조대가 다 식은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는 사이 군 병력이 동원됐다. 다시 이어지는 수색작업.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인명구조견과 대형 크레인이 추가로 투입됐지만 생존자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체육관 벽에는 '안전제일' '질서지키기 좋아요'라 쓰인 벽보만이 외롭게 남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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