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는 건물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도 아닌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된 건물은 눈 무게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 아울러 구조적인 결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리조트 측은 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행사 주최 측인 학생회도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지붕 위의 눈 치우지 않았다
경주지역에는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50㎝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 눈이 체육관 지붕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눈이 1㎡의 면적에 50㎝가량 쌓이면 눈 무게만 평균 150㎏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가 난 체육관은 1천㎡가량 넓이로 어림잡아도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는 200t 가까이 됐다. 더욱이 체육관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여서 일반 철근콘크리트 구조보다 눈 무게를 버티는 힘이 약했다.
이날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한 학생은 "행사 현장에 도착해보니 샌드위치 패널 천장에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천장에 높이 쌓인 눈을 치우거나 위험을 점검하는 리조트 관계자는 없었다"고 했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한 소방관은 "구조를 위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붕에 있던 눈을 제거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며 "눈이 많이 내리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으니 눈을 치워야 한다는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조적인 문제 가능성도
사고 원인과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처음부터 허술하게 설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체육관 용도로 쓰기 위해 무리하게 건물 가운데 기둥을 없애려다 보니 버틸 수 있는 하중이 지나치게 낮게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도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육관 중앙에 기둥 몇 개만 더 있어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커져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당초 설계와 달리 샌드위치 패널을 지탱하는 철골기둥이 정품 자재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량품 기둥을 사용한 탓에 엿가락처럼 휘어졌다는 의혹이다.
◆대피로 부족했다
생존자들은 "체육관에는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었고 위험 사고 발생 시 대피에 대한 안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입구로 나가려다 입구 주변에서 엉켰다.
부상 학생들을 치료한 병원 관계자들은 "서로 몸이 엉켜 눈과 건물 잔해에 더 깊이 매몰되면서 다친 사람이 많았다. 신속한 대피가 이뤄졌다면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도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산기슭에다 눈 등으로 구조 늦어져
사고가 난 리조트에 구조대가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주 시내에서 동대산 정상 주변에 있는 리조트를 잇는 도로의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방차와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9시 11분쯤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산기슭에 있는 리조트라 진입 도로가 좁고 많은 구간에 눈이 쌓여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구간에서는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와 동시 교행할 수 없어 현장 도착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방 당국은 "눈을 치우면서 사고 현장에 접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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