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을 전공하려는 입시생의 부모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늘 듣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가 성악으로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20여 년 전 내 어머니도 같은 말을 선생님께 드렸던 기억이 난다. 성공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학생하기 나름입니다"라고 말한다. 대구시립합창단원이 되었고, 오페라 무대에 서고, 감사하게도 모교에 출강까지 하게 된 내 경험상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사실 성악을 전공해 성악가의 길을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음악회에 출연하거나 관람을 위해 지역 공연장을 가면 깍듯하게 인사를 하기도, 받기도 한다. 공연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 같은 성악과 출신 후배들이 많아서다. 특히 그중에는 무대감독이 많은데 그 이유는 대학 오페라 때문이다. 지역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주인공인 오페라를 공연하는데, 이때 학생들 모두가 무대에서 노래하지는 않는다. 소품, 무대, 연출 보조 등 많은 일손이 필요하므로 일부 학생들은 무대감독의 지시에 움직이는 무대 보조를 맡게 된다. 공연이 끝나고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의 경우 공연장을 찾아가 무대감독들에게 일을 배운다. 내가 아는 성악과 출신의 무대감독들은 이렇게 무대 보조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고 자격증을 취득해 성악가는 아니지만 공연 예술의 꽃을 피우는 중요한 일을 한다.
고등학교 때 같은 선생님 밑에서 성악을 시작했지만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자신의 길을 합창 지휘로 선택한 친구도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고 화성학과 지휘법을 따로 공부했다. 그는 성악을 이해하는 합창지휘자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지금 경북 지역의 시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 성악을 뒤늦게 공부하는 경우도 목격한다. 지역에서 공연 영상을 찍어 DVD로 제작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분은 클래식 공연 영상을 전문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성악과를 뒤늦은 나이에 입학했다. 오페라와 성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멋진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업체는 음악인들에게 지역에서 가장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제자들에게 "대학 3학년까지 최선을 다하면 자신의 길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취업 포기자 300만 시대, 어느 분야든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나의 목표를 흔들림없이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린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취업의 지름길일 수 있다. 무대 위 성악가들이 빛나는 이유가 혼자만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공연기획자, 무대감독, 조명감독, 음향감독 등 관계자들의 협력이 있어서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신현욱 테너'대구성악가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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