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리면서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과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들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경주뿐 아니라 울산에서도 똑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 지붕들이 평년 적설량을 웃도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잇따라 무너져 인명피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폭설이 쏟아진 울산에선 이달 9일부터 공장 지붕 붕괴 5건을 비롯해 20여 건의 지붕 붕괴와 붕괴 우려 신고가 들어왔다. 10일 울산 북구의 금영ETS 공장 지붕이 무너져 근로자 1명이 숨졌고, 11일 세진글라스 공장 지붕이 무너져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센트랄코퍼레이션 공장 지붕이 무너져 2명이 다치고 근로자 7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과 울산지역 공장들은 모두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PEB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졌다.
PEB공법은 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을 샌드위치 패널로 붙이는 건축법이다. 건물 내부에 별도로 기둥을 세우지 않고도 최대 건물 폭을 120m까지, 건물 길이는 무한정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공사비용뿐 아니라 공사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PEB공법의 핵심은 비용절감을 위해 골격 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 하중을 많이 받는 부분은 강철을 많이 쓰고, 나머지 부분은 양을 줄일 수 있다. 기둥이 없는데다 골격 강도도 벽면마다 달라서 눈이 쌓여 한쪽으로 무게가 치우치면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건축구조 전문가는 "강철이 적게 들어간 골격 방향으로 눈이 쏠려서 무게가 집중되면 건물의 균형이 깨지며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PEB공법으로 지어진 샌드위치패널 구조물은 국토교통부가 평년 적설량을 통계로 지역마다 정한 적설하중 계수를 충족해야 준공허가를 받는다.
대구를 비롯해 울산'서울'부산 등지의 적설하중 계수는 0.5kN/㎡이다. 이는 1㎡당 50㎏의 눈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눈이 많이 오는 인천은 0.8kN/㎡, 속초 2.0kN/㎡, 강릉은 3.0kN/㎡이다. 울릉도와 대관령은 7.0kN/㎡에 이른다.
통상 눈이 50㎝ 쌓이면 50㎏의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이 수치는 금방 내린 눈일 경우에 해당되고, 내린 눈이 녹은 뒤 다시 쌓이면 무게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런 취약점이 드러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PEB공법 건물에 대한 제설과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체육관과 비슷한 연면적 1천㎡ 이상 규모의 샌드위치 패널 창고가 전국에 3천512곳이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소방당국'지자체와 합동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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