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박인규 대경TMS 대표가 내정됨에 따라 다음달 20일까지 하춘수 회장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비록 한 달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두사람의 '닮은 듯 다른' 리더십이 은행 안팎에서 화제다.
박 내정자의 상황은 5년전 하춘수 행장의 취임 때와 너무 흡사하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돼 기업과 가계 여신의 대량 부실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실시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으로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하 행장은 당시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혁신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결과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내정자도 비슷한 처지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연초부터 터진 금융기관 정보 유출로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태다. 박 내정자가 어떤 조직운영과 용인술로 이를 헤쳐나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 내정자와 하 행장이 달려온 인생도 닮은꼴이다. 두 사람 모두 상고와 영남대 상대를 나왔다. 입행 후 경력도 판박이 수준이다. 하 행장이 서울분실장, 영업부장, 부행장보, 수석부행장을 거쳐 행장에 올랐고 박 내정자도 똑같은 코스를 밟았다. 하 행장이 달려온 길을 박 내정자가 이어받은 꼴이다. 그러나 조직운영 스타일과 리더십에는 묘한 차이가 있다.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공통점도 있지만 각기 다른 지론을 내세우며 조직경영에 접목시킨다는 평가다.
실제 5년전 하 행장은 취임 당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임원 수를 축소한 것은 물론 그 다음날 임원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들의 급여 일부 반납을 결의했다.
박 내정자도 18, 19일 대구은행을 찾아 현황파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금융권 전체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대구은행 역시 이에 부응해야 한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문제점을 찾고 취임전 해결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부하직원을 다루는 리더십에는 차이가 있다. 하 행장이 소통과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꼼꼼하게 현장을 챙기는 스타일인데 반해 박 내정자는 부하직원을 믿고 권한을 위임하는 편이다.
사적인 영역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확연해진다. 폭탄주를 즐기는 박 내정자가 '음주형'이라면 하 행장은 '가무형'에 해당한다. 박 내정자는 행원시절부터 은행 내에서 소문난 애주가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부하직원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님 같은 상사역을 자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주불사로 선이 굵고 조직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따른다. 반면 하 행장은 세련되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는 말솜씨와 매너, 노래와 춤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형이다. 지난해 중국 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직접 싸이의 말춤을 추는가 하면 올초에 열린 임직원 모임에서는 가곡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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