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실시공과 안전 불감증이 화를 불렀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는 예고 없는 폭설 때문이 아니라 얼빠진 사람들이 빚은 인재(人災)였다. 눈이 예상보다 좀 많이 왔다고 해서 수백 명의 사람을 수용하는 큰 건축물이 그렇게 폭삭 무너지는 법이 어디 있는가. 결국은 사고의 원인이 부실시공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붕 한중간이 아니라 무대가 있던 쪽 천장에서 균열이 시작된 점도 그 방증이다.

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저절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는지, 또 동해안 기후와 산악 지형에 맞는 공법을 사용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바람이 강하고 적설량이 많은 해안 인근 산마루에 기둥이 없는 PEB 공법을 적용한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행사 중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향의 진동이 수백t에 이르는 눈 무게에다 습기로 취약해진 건물을 흔들면서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체육관 건물은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 대상이 아니어서 전문 기관의 정기 안전 점검과 정밀 안전 진단을 받지 않았다.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나 소유주 책임 아래 시행하는 안전 점검도 면적이 점검 대상 기준 이하라는 이유로 피해갔다. 2009년 9월 준공 후 단 한 번도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건물주의 안전 의식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중 이용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비상구가 없는 것도 그렇고, 건물을 지을 때 설계와 감리를 한 업체가 맡았다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부실시공에 대한 안전장치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사고가 난 체육관을 리조트 고객 유치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이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허술한 건물을 지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고가 나고서야 정부와 각 지자체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과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들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늘 그랬듯이 '사후약방문'식의 대처 방식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는 게 대수인가. 실제적인 안전 의식을 사회적인 제도와 사람들의 문화 속에 뿌리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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