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데뷔작에서 노출 신이 있었음에도 몸을 사리지 않은 결과였다. 배우 김고은(23) 얘기다.
그 때문에 김고은이라는 '괴물' 같은 신인배우의 차기작은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파격적인 전작에 이어 선택한 영화?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파격적이다. 물론 강렬하다고 해야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바로 3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감독 황인호). 냉혹한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여자 복순(김고은)의 맹렬한 추격을 그린 작품이다. 인터넷을 통해 '미친 여자'와 '살인마'의 대결이라 홍보되고 있는 영화 '몬스터'. '미친 여자'라고? 김고은은 또 한 번 파격 변신을 예고한다.
김고은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캐릭터가 범상치 않았다"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무실에 찾아가 감독님을 붙잡고 상의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극 중 복순은 매일 찾아오는 철거반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할머니가 물려준 채소 노점상을 꿋꿋하게 지키며 사는 인물. 모자란 구석은 있지만, 자신을 건드리면 앞뒤 재지 않고 들이대는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바보' 또는 '미친X'이라고 불린다.
연이어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야 해 부담감도 있을 법한데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행복해한다. 연기자로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고은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왔다"며 "겉모습은 연약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복순의 모습이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은교'도 그렇고, '몬스터'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강렬하고 센 이미지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강하고 강렬하다는 느낌만을 갖고 접근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몬스터'의 복순이라는 인물은 마냥 강하고 센 이미지는 아니에요. 시나리오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귀엽고 유쾌했어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느낌이 드는 인물이라니까요? 그런 면들을 많이 보고 참여하게 됐죠. 감정적인 면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다른 면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웃음)
김고은이 연기한 복순을 바라보는 포인트 중 하나는 차진 욕설이다. 예고편에서 그의 욕설 연기는 맛깔난다. 비결이 있었다. 그는 "욕을 잘하려고 관찰을 많이 했다. 가벼운 느낌의 욕이 아니라, 또 건방져 보이는 느낌이 아니라 생활언어로 쓰는 욕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말을 할 때 항상 섞어 쓰는 욕설의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할머니들은 기분 안 나쁘게 어쩜 저렇게 차지게 욕을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관찰했죠."(웃음)
노력 덕분인지 그의 욕설 연기를 본 황 감독이 "처음에는 어색해했는데 몇 번 촬영하니 익숙해졌나 보더라. 10점 만점에 10점을 줘야 한다"고 추어올릴 정도다.
가녀려 보이는 김고은. 이번 영화에서는 액션 연기도 선보였다. 후반부에는 이민기와 격렬한 격투신도 있다. "3박 4일 동안 피 칠갑을 한 채 있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몸에 큰 상처는 없었다는 그지만 "내색할 수 없는 아픔은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고은은 또 와이어가 필요한 신인데도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책상을 여러 개 붙여놓고 달려와 점프하는 신을 손수 촬영했다. "와이어는 한 번도 착용 안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여배우다. 학창시절의 경험이었을까. 김고은은 "전 모범적이고 성실했어요. 담 안 넘어 봤어요"라고 웃어넘겼다.
김고은의 열연은 선배 이민기가 본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민기 선배는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며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봐도 무척 아팠을 순간이었는데, 화를 낸 걸 본 적이 없다"고 존경스러워했다.
"한 번도 인상 찌푸린 적 없으세요. 솔직히 맞으면 아픈데도 막 웃으세요.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웃으시던데 그게 마음이 안 좋긴 하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서로가 액션을 과하게 해야 했죠. 제가 실수해서 힘이 들어가 선배를 아프게 때린 느낌이 들면 죄송스러웠는데 미안한 감정이 있으면 연기하는데 방해될까 봐서 그런지 '괜찮다'고, '더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고마웠어요."
김고은은 "민기 선배는 달달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만 봤는데 뜻밖에 마초 기질이 있더라"고 웃었다.
영화 '은교' 속 은교와 '몬스터'의 복순 중 현실의 김고은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저는 은교에 가까웠으면 하는데 주위에서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어요. 복순의 이미지도 있는 것 같긴 하네요."(웃음)
" 여성스럽고 예쁘고 청순한, 어찌 보면 일상적이고 잔잔하기도 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털어놓은 김고은. 그는 "로맨틱 코미디를 언젠가 꼭 하고 싶다"고 바랐다.
'은교'를 잘 소화한 그의 '몬스터'도 그렇고, 그 이후 작품인 '협녀: 칼의 기억'도 기대된다. 그리고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고 하면 너무 성급한 걸까? 아마 아닐 것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