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나 부부동반 모임에 가면 오랜 결혼생활을 한 부부를 흔히 본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반자로 살아온 탓일까. 부부 둘 관계에서 보여지는 특별한 신선함이나 부러울 정도의 행복감이나 설렘은 발견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부부가 마치 남 같아 보인다.
반면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도 주변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부부들이 있다. 거기엔 이들만의 강력한 끈끈함 같은 '믿음'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상대 배우자를 찾지 않고도 항상 그를 느끼며 함께 호흡하는 안정감을 주는 커플들이며, 특별히 배우자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오히려 마음속에서 잔잔히 피어오르는 행복감과 안도감마저 느끼게 하는 부부들이다. 이런 부부들의 웃음은 언제 어디서든 호탕하고 맑기 그지없다. 배우자로부터 사랑과 신뢰가 확보된 배우자는 얼굴에 그늘이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마음은 늘 연결되어 있으므로 무의식적 동맹관계가 견고하다. 그래서 어딜 가든 부부는 '분리'와 '연결'이 자유롭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타인의 평가를 위해 부부관계를 위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을 위해 부부관계를 성장시켜 나간다.
그러나 쇼윈도 부부는 다르다. 이들의 부부관계의 모양은 특별하다. 집에서는 부재(不在)한 부부관계가 대문 밖을 나서면서부터는 둘만의 관계를 연출하는 화려한 장식들이 많다. 이벤트를 특별히 자주 챙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부관계를 관광시키듯 별스럽게 주위의 시선을 잡아매려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이들은 둘만의 관계를 타인에게 전시하듯 눈에 띄는 애정표현을 하거나 화려한 의상과 소품들로 배우자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도구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일명 쇼윈도 부부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부부간 갈등요소에서 오는 불안을 상쇄시키기 위해 좋은 부부관계를 가짜 친밀성으로 연출하여 타인의 시선을 끄는 심리적 의도이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나 실망만 주고 좌절만 주었던 배우자를 언젠간 헤어질 상황이 될 때 그를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남모르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부들은 남들 앞에만 서면 부부의 심리적 동선은 커지고 감정의 범람이 넘실거린다. 언젠가 떠날 준비를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아직은 보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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