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보 농민에 베테랑 농민의 기술전수 "믿음이 갑니다"

청송군 귀농인 '사과공부방'…강사 30년 농사꾼 김상구 씨

"병충해를 막을 때 시기도 중요하지만 쓰이는 약의 성분도 확인해야 합니다. 과목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효과가 큽니다."

13일 오후 6시 청송군 현서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는 귀농한 초보 농민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사과공부방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날 모인 귀농인들은 대부분 귀농한 지 2, 3년 정도로 아직 농사일이 서툴고 자신들이 원하는 수확량을 내지 못하는 농가가 대부분이다. 이곳에 모인 귀농인들은 강사의 수업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에 빼곡히 적어가며 수업에 집중했다.

귀농인들을 위한 사과공부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귀농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농민들은 사과공부방을 통해 지역의 농사 대가들에게 농사 비법을 전수받고 있으며, 실제 농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상구(59) 씨는 지역에서 3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자신이 익힌 농사 기술을 귀농인들에게 전수했다. 김 씨는 26만4천㎡ 정도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재배기술이 뛰어난 선도 농가라 인정받고 있다. 김 씨는 이날 과수와 과원에 병충해를 막는 전통농사법과 저농약 사용법 등을 강연했다. 김 씨는 "나도 농사꾼 출신이라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한 주를 꼬박 준비한다"며 "귀농인들이 내 수업을 듣고 가을에 사과농사가 잘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구미에서 청송군 현서면 무계리로 귀농한 이종환(63) 씨는 "귀농한 지는 좀 됐지만, 수업을 듣고 농사일에 적용하는 편"이라며 "예전에 내가 했던 농사 방식과 많은 차이가 있었고, 들은 대로 방법을 바꿔보니 수확량이 더 늘어나 수업에 믿음이 가더라"고 말했다. '사과공부방'은 2009년부터 귀농인들이 스스로 지역의 숙련된 농민들에게 사과재배 기술을 배우는 데서 출발했다. 현재는 사과농사에 대해 전반적인 재배방법을 차례로 강의해 매주 40~50명의 귀농인이 수업을 받고 있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송홍덕(55) 현서면 귀농협회장은 "이 수업이 없던 시절에는 책이나 인터넷으로 농사일을 배웠는데 수확철이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며 "이제 귀농인 중에서도 농사를 잘 짓고 고소득 농가가 많아졌다. 더욱 체계적이고 질 높은 수업을 위해 청송군에서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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