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가보지 않으실래요?" 한국관광공사 후쿠오카지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2012년 11월.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에 참가해 대구를 내 블로그에서 소개해 달라는 의뢰였다. 서울, 부산, 전주, 경주 등 여행을 하면서 허접스럽게나마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고 있었던 터라 바로 "참가하겠다"고 답했다. 앗싸! 대구에 갈 수 있다! 그런데 대구가 어디 있지, 뭐가 있는 도시지?
'겨울 연가'로 시작된 일본에서의 한류 붐. 그 후 여러 종류의 한국 여행 가이드북이나 잡지가 출판됐지만 거의 서울 아니면 부산 정보뿐, 지방도시를 취급한 것은 거의 없어 대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대구에 갈 채비를 하며 한국인 친구에게 대구에 대해 물어보니, "대구?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음식이 짜니 일본인 입맛에 맞을지"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약간 힘이 빠졌지만, "일단 가보자"며 대구로 향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던 도시'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예비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얻은 기본정보밖에 없어 특별히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대구 땅을 처음 밟았다.
대구는 상상 이상으로 큰 도시였다. 분지여서 그런지 하늘이 정말 넓어 보였고, 시내는 서울이나 부산과 비교해 쓰레기도 없고 깨끗했다. 그리고 서울, 부산과 달리 일본말이 들리지 않아 더욱 신선했고, '드디어 진짜 한국에 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일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를 접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이후 8차례 대구를 찾았다. 찾아갈수록 대구를 더욱 좋아하게 됐다. 팔공산의 수려한 자연을 비롯해 동화사, 옻골마을의 공기는 의연하게 맑고, 좋은 '기'가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고즈넉하게 서 있는 녹동서원이나 도동서원, 묘골마을에서는 마음에 온화함을 찾았고, 동성로, 서문시장, 안지랑곱창거리에서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에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가을에 찾아간 계명대 캠퍼스는 노란 은행 잎 양탄자와 붉은 서양식 건물이 어울려 너무 낭만적이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걸어보았다. '사랑비'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진골목 약전식당, 학사주점골목의 동창, 미팅 장소 동성로 불칸호프, 음악다방 쎄라비 등도 멋진 장소였다. 북성로의 옛날 일본식 가옥을 리노베이션해 조성한 공구박물관, 삼덕상회카페도 그리운 장소다. 요즘에는 약령시 거리를 거닐며 한약 향을 맡으면 '대구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누가 대구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던가!
대구에 빠진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다. 대구 명물인 찜갈비, 복어불고기, 무침회 같은 음식은 양념이 진하고 맵긴 하지만 한번 먹으면 중독되는 매력이 있다. 이제 시장에 가면 납작만두, 국화빵, 누른 국수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 안지랑곱창거리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곱창도 너무 좋다. 한방 약재를 사용한 약선요리 한정식은 최고다. 요리 수도 많고 한방 향이 은근히 풍기는 섬세한 맛은 일품이다.
잠시 쉬고 있었던 한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새로운 한국어 선생님이 우연하게도 대구 출신이다. '대구의 최고는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대구 사람은 정말 정이 많다. 대구의 매력은 아름다운 경치나 맛있는 음식보다 '사람'일지도 모른다.
대구에 관한 일본어 책은 많이 보이지 않아 생생한 대구 정보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블로그가 최고인 것 같다. 미력하나마 앞으로도 우리 집 작은 컴퓨터에서 대구의 매력을 조금씩 전달할 것이다.
요시이 유키(吉井 由紀)
※요시이 유키는 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주부 파워 블로거로 자신의 블로그( http://yukiful.exblog.jp)에 '대구' 코너를 별도 제작해 대구 관광 기사를 올리고 있다. 하루 방문객이 700~1천5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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