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를 올해 안에 도입한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또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기초의회 폐지, 기초단체장과 교육감 임명제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밝혔다.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하였고 4년 뒤 민선단체장을 선출하면서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방자치는 그 지역 주민이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거나, 주민의 대리기구 또는 대표자를 통해서 결정하고 해결하는 원리로서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출발점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시대는 20여 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뿌리를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지방 세수 감소 등으로 지방재정이 극도로 어려움에도 일부 지자체들이 방만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복지재정 급증으로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은 자치단체장의 불필요한 사업 추진, 선심성 행사'축제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자체만의 책임을 묻기에는 불합리한 점도 없지만은 않다.
지자체의 일반회계 세입 중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재정자립도라고 한다. 지자체 수입은 중앙정부의 의존수입과 자체수입으로 나누는데 자체수입은 지방세와 지방세외수입을 합한 것을 말한다. 작년 통계로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1.5%이며 대도시 자치구의 평균은 33.9%이다. 중앙정부의 절대적인 지원 없이는 지자체 살림살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광역시는 재정자립도가 46.5%이고 각 구'군 평균은 25.1%로 전국 평균치보다 아래다. 그만큼 재정이 어렵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일부 지자체의 경우를 문제 삼아 지자체 파산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칫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
지자체 파산제도의 실패 사례는 가까운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홋카이도 내륙에 있는 유바라가 대표적 사례다. 1970년대 최대 석탄 생산지로 번영을 누렸던 유바라가 에너지 정책이 석유 위주로 바뀌면서 광산이 폐쇄되었고 시민 삶의 질은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이후 관광개발에 주력한다고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적자를 메우는 등 실책을 거듭한 끝에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유령 도시로 전락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지방세 비율이 20%에 불과한 우리 현실에서 과도한 사회복지예산의 지방비 부담, 대규모 국책사업을 매칭 공모사업으로 선정하여 지원하는 방식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은, 아직은 아니다. 먼저 지방재정 건전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난 후 파산제를 도입해야 한다.
건전한 지방재정 운영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예산'결산과 성과 분석에 대한 공직자의 전문성 확보와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대안 제시 등을 위한 다각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원과 의회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전문가 영입과 문호 개방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도입 등 각종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파산제 도입 전에 세수정비, 지방교부세율 인상, 사회복지 관련 사업의 국고보조금 비율 인상 등으로 기본적인 필수 자주예산 확보와 자주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각종 기금, 재단 전입금, 특별회계 등 의회 심의를 벗어나는 사각지대 사업예산은 최대한 줄이는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의 예산 편성과 각종 대규모 사업 및 선심성 축제'행사에 대하여 매년 효율성을 분석하여 발표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에 앞서 먼저 현재 지방자치 재정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창용 대구중구의회 운영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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