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별을 가장 리얼하게 인식한 인물은 누구일까. 아마도 달에 최초로 도착한 암스트롱이 아닐까 싶다. 아폴로 11호라는 유인우주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지구를 봤을 때 우리가 반대로 달을 보는 역현상을 경험했을 것으로 상상된다. 이때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느낀 우주인들의 마음은 분명히 이런 감정으로 표현됐으리라 짐작된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저 지구라는 별 속에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지인들이 살고 있다"며"우주라는 공간 속에 지구라는 별을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됐다."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가 감지되고 있다. 자꾸만 지구라는 별이 걱정스럽다. 인간중심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지구는 인간만이 존재하도록 허락된 별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세기 동안 인간을 모든 생명계의 가장 우두머리에 두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생명의 소중함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 상의 존재들이 동일한 가치로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다. 그래야 비로소 조화로운 지구의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러나 최근 산업화와 오염 정도를 볼 때 지구가 불과 100년도 지탱하지 못하는 행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선조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각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땅을 어쩔 수 없이 파게 되면 땅의 신, 즉 지신에게 정중하게 고하고 부디 노여워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제사를 올리곤 했다. 또 나무 한 그루 벨 때도 나무 신에게 머리 숙여 죄송함을 알렸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한다는 마음이다.
이처럼 경외하고 존중해야 할 생태적 환경이 현대산업사회에서는 오로지 인간을 위해 이용되고 존재가치가 부여될 때 유의미한 목적을 발휘하는 것으로 가치전환이 일어났다. 이런 결과는 유한한 지구의 생태계를 크게 파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감수하게 하였다. 필자가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면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일부 논자들은 '과학'이라는 만능 방패를 들고 나선다. 지구의 모든 오염은 향후 발달한 과학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들이민다. 어쩌면 일견 그럴 듯 해 보이는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유기체를 단 1g도 과학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지적에 맞닿게 되면 머쓱해지기 마련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변형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사실임도 우리는 알고 있다.
신이 내린 지구라는 별. 이 별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교만은 바로 더불어 살아야 하는 모든 지구의 생명체에게 불행의 시작이라는 철학적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인간을 제외한 지구별에 살아 숨 쉬는 생명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이들을 향한 사랑과 노력을 꾀할 때 온전한 지구별을 지킬 수 있음을 각성하자.
우병철 365정형외과병원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