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상한' 현대차…지역 부품업계 긴장

완성차 실적 전망 밝지않아

현대차의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망도 밝지 않아 지역 협력업체들이 단가인하 압력을 우려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현대차의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망도 밝지 않아 지역 협력업체들이 단가인하 압력을 우려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 업체는 최근들어 현대차에 납품하는 비율이 점차 줄면서 해외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를 위해 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계열사에 물량을 늘리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대차 판매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현대차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수익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자동차부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됨에 따라 협력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과 주문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이익 감소에 영향

대구경북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의 올 한해 실적은 현대차 매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대차 판매가 증가하면 부품업계 물량도 늘어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현대차는 최근 매출액 87조3천76억원, 영업이익 8조3천155억원 등 2013년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2012년에 비해 매출은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3년 만이다.

현대차는 측은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호조 등으로 매출액은 늘었지만 내수부진과 국내 공장 생산 차질 등이 실적에 영향을 끼쳐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인 9.5%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부품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납품가격 인하 요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차는 올해 490만대(국내 68만2천대, 해외 421만8천대) 판매를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업계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마친 미국 업체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현대차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단가인하 일어나나

부품업계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과의 과도한 경쟁을 벌일 경우 그 불똥이 협력업체에 전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딜러 인센티브 확대 등 출혈 경쟁이 일어날 경우 판매는 증가해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되풀이돼 부품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이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2008년 4%대에 그쳤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최근 2년 연속 10%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의 성과는 현대차 계열사에만 집중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연구원이 일정 규모 이상의 현대차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현대차그룹 계열이 아닌 부품납품 업체 111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0년 이후 계속해서 떨어졌다. 이 중 일부 업체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지역 대표 현대차 납품 기업인 에스엘은 지난해 1~9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10%로 전년동기(5.066%)보다 급격히 줄었다. 2011년 영업이익률은 3.388%였지만 2012년 3.195%로 줄어들었다. 2012년 매출은 2011년 보다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지역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지역 부품사는 2012년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며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더 많이 나오는 회사들이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