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호초와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오키나와는 일본 규슈 남단으로부터 약 685km 떨어져 있다. 위도가 낮은 만큼 아열대기후에 속해 겨울 낮 기온이 섭씨 20도 정도 된다. 한국과 시차도 없다. 2005년부터 해마다 찾는 삼성을 비롯해 국내 여러 야구단이 전지훈련지로 선택하는 이유다. 올해는 LG, 넥센, SK, 기아, 한화 등 무려 6개 구단이 이곳에 스프링캠프를 차려 이들 팀 간 또는 일본팀과의 연습경기가 거의 매일 열린다.
하지만, 오키나와 날씨는 변덕스럽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려 각 구단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달 9일 오키나와에 여장을 푼 삼성도 지난주 잦은 비로 훈련 차질을 빚은 데 이어 20일에는 기아와의 연습경기가 비 때문에 중단됐다. 캠프를 찾은 서석진(56) TBC 야구 해설위원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는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전력으로 활주로를 질주해야 하는 것처럼 시즌 개막을 앞둔 각 팀에게 꼭 필요한 일정"이라며 "실전 감각 회복이 더디어질 수밖에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속수무책인 다른 구단에 비해 삼성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2월 개관한 아카마구장(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전용 실내훈련장 덕분이다. 2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실내훈련장은 가로 60m, 세로 50m의 규모로 경산볼파크 실내훈련장과 비슷한 크기이다. 야수들의 타격 훈련과 수비 훈련이 동시에 가능하며 야간 훈련도 이뤄진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아카마구장은 예전부터 일본 구단들이 탐낼 정도의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실내훈련장이 완비되면서 '완전체'가 됐다"며 "비가 내리는 날에는 타 구단들도 사용 요청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기록을 넘어설 새 역사 창조를 꿈꾸는 류중일 감독에게는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 듯하다. 앞서 삼성은 지난 1월 15일부터 약 3주간 괌에서 진행된 1차 전지훈련에서도 예년보다 잦았던 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전력의 대부분이 완성되는 스프링캠프가 알차게 꾸려지지않는다면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야구 경기는 실외경기인 만큼 훈련도 실외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내년에는 비를 피하기 위해 괌 훈련을 단축하고 오키나와 캠프를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이승엽은 솔로 홈런으로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3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1회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3회 기아의 왼손투수 임준섭의 초구를 받아쳐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경기는 삼성이 4대0으로 앞선 3회 비로 중단된 뒤 그대로 끝났다. 삼성 선발 백정현은 3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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