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1세 아버지, 예순 넘은 딸·아들과 '구급차 상봉'

남북 이산상봉 이틀째

20일 오후 3년 4개월 만의 제1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동생 박양곤(53
20일 오후 3년 4개월 만의 제1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동생 박양곤(53'오른쪽) 씨가 납북되었던 형 박양수 씨를 만나 오열하고 있다. 양수 씨는 1972년 서해 상에서 홍어잡이 중 납북된 어선 오대양호 선원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들은 21일에도 만남을 이어갔다.

20일 60여 년 만에 재회했던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북측 가족 178명은 다음날인 21일에도 금강산에서 개별 상봉, 공동 중식, 단체 상봉 등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모두 6시간을 만났다.

상봉 대상자는 오전 9시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한 뒤 금강산호텔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후 4시에는 단체상봉을 한다. 개별상봉은 가족 단위로 숙소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예전 상봉행사에선 둘째 날 야외상봉이 있었지만, 금강산에 폭설이 내린 탓에 실내 단체상봉으로 대체됐다.

남은 이산가족은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9시 금강산호텔에서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만남을 아쉽게 마무리하게 된다.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에는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주최로 환영 만찬이 열렸다. 북측 가족들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복 차림으로 먼저 입장했다. 뒤이어 들어온 남측 가족을 반갑게 맞아줬다. 남북 이산가족은 앞선 단체상봉 때보다는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가족끼리 앉아 서로 음식을 챙겨주고 건배를 했다.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만찬 식탁에는 닭고기 냉묵, 오이숙장졸임, 송어구이, 인삼으로 만든 인풍술 등이 올라왔다.

리충복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 뜻깊은 상봉은 북남 관계개선과 통일을 절절히 바라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부응해 북과 남이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소중한 결실"이라며, "특히 금강산지구에 내린 폭설로 상봉준비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해나감으로써 합의된 날짜에 상봉행사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산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인도적 사업이며, 인간적이고 민족적 과제다. 근본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없어서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해 구급차에서 가족과 상봉한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4) 할머니는 21일 오전 개별상봉 후 귀환했다. 정부 측은 "금강산 현지에서 의료진과 동반가족이 협의를 하고 김섬경 할아버지와 홍신자 할머니는 개별상봉을 갖고 나서 남쪽으로 귀환한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 할아버지는 딸 춘순(68) 씨와 아들 진천(65) 씨를, 홍 할머니는 동생 영옥(82) 씨와 조카 한광룡(45) 씨를 만났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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