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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하는' 솔직한 DJ 김묘선 "기념일, 돈 좀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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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하는\' 솔직한 DJ 김묘선. 성일권 기자

김묘선 씨는 마냥 친절한 DJ는 아니다. '할 말은 하는' 솔직한 DJ다. '결혼기념일을 못 챙겼어요. 문자 읽어주세요'라는 사연을 보면 "기념일에 돈 좀 쓰세요. 이걸로 넘기지 말고"라며 강한 멘트를 날린다. 주 청취자층은 30, 40대지만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도 있다. 김 씨는 "엄마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면 초등학생들이 문자를 많이 보낸다. '우리 엄마 아빠 싸웠어요. 문자 읽어주세요' 하고 말이다"라며 깔깔 웃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실시간 문자와 SNS로 사연이 오가지만 '짧은 문자'에 담아내지 못하는 감동적인 사연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사연이라, 글쎄요" 하고 생각에 잠겼던 것이 무색하게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난해 여름, 특수 아동 부모가 모닝쇼에 사연을 보냈다. 초등학교를 곧 졸업하는 딸 학교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사연이었다. "6년간 수족이 돼 딸을 도와준 학교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이었어요.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적은 뒤 '우리 아이가 너희 덕분에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천사들아 고맙다' 이렇게 사연을 보냈어요. 그때 많은 청취자들이 울었죠."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청취자가 그 학교에 찾아가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 나눠 먹으라'며 수박 6통을 두고 사라졌다. 진심 어린 사연이 더운 날, 낯선 이의 발걸음까지 움직인 셈이다.

감동이 무르익을 무렵, 김 씨는 뜬금없이 '국우터널' 이야기를 꺼냈다. "모닝쇼는 국우터널 무료화의 '피해자'예요. 무료화되기 전에는 돈을 넣고 통과해야 해서 재밌는 사연이 참 많았어요. 차 유리창을 안 내리고 동전을 던졌다거나, 지갑 통째로 던졌다거나, 지폐를 던졌는데 바람에 날아갔다 등 문자 사연이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없죠."

김 씨는 국우터널에 얽힌 감동 일화도 소개했다. 토끼 가족 한 명이 '국우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못 가고 있다'고 모닝쇼에 문자 사연을 보낸 날이 있었다. "일단 갓길에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우라고 했어요. 그리고 '국우터널 지나는 모닝쇼 청취자들, 적선하는 셈치고 500원만 주고 가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죠." 김 씨의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국우터널 옆 갓길에 비상등을 켠 차가 여러 대 줄지어 섰다는 문자 제보가 이어졌다. 1분 1초가 아까운 아침 출근길에 생면부지 남에게 정을 보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김 씨도 감동을 받았다.

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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