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쪽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섬과 바다가 있는 것 같다. 독도와 다케시마, 동해와 일본해가 그것이다. 기묘하기 짝이 없다. 이 섬에 대한 영유권을 확립한 날도 서로 다른 두 개다. 독도의 날과 다케시마의 날이다. 한국은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가 반포된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기념한다. 일본은 1905년 시마네현이 고시 40호를 발표한 2월 22일(오늘)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했다. 17세기부터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립하고 있었으나,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 영유권을 재(再)확립했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다. 다케시마의 날은 2005년부터 시마네현의 행사로 치러졌으나, 작년부터 중앙정부의 인사가 참여하는 행사로 격상되었다. 올해도 차관급인 정무관을 파견했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공세가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간에는 과거사와 함께 독도 논쟁이 끝이 없다. 가장 핵심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와 시마네현 고시 40호의 유효성 문제이다. 시간적으로 보면, 대한제국의 칙령이 5년 빠르기 때문에 시마네현 고시는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논쟁이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독도의 명칭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독도는 지금의 명칭이 확립되기 이전에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석도, 리앙쿠르, 호네트, 올리부차, 챵찬, 아르고노트, 다줄렛, 마쓰시마(松島) 등이다.
칙령 제41호는 울릉군은 '울릉 전도와 죽도, 독도(石島)'를 관할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죽도는 울릉도에 인접한 죽도(또는 죽서도)를, 석도는 독도를 가리킨다. 그런데 칙령의 석도를 왜 지금은 독도라 하는가. 독도라는 명칭은 1906년 심흥택 울릉군수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는 왜 석도를 독도라 했는가.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음운학적으로 돌섬→독섬→석도→독도로 바뀌어왔다고 추론한다. 독(獨)은 음(소리)을 빌리고, 도(島)는 훈(뜻)을 빌려 한자로 독도(獨島)로 표기한 것이다. 1903년 일본군함 니이타카(新高)호의 '행동일지'에 이 섬을 "한국 사람들은 '돌섬이라 부르고' 독도(獨島)라 표기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 한다.
반면에 일본 연구자들은 한국의 주장을 부정한다. 칙령의 석도는 울릉도에 인접한 관음도라 주장하며, 음운학이 아니라 문헌적으로 석도=독도를 입증하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문헌적으로는 이것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고 있다. 칙령 제41호에 대한 논쟁을 잠재울 수 없는 이유이다. 한자 지명의 경우, 음이나 훈을 빌려서 차자(借字)해 표기할 때 문자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 예가 많다. 일본의 경우도 센카쿠라는 지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센카쿠를 편입한 5년 후부터이며, 이른바 북방영토의 에토로후토(択捉島)도 혜토여부도(惠土呂府島)라 썼다. 이러한 예를 따르면, 칙령 제41호의 '석도'는 울릉도 주변에 석도라 불릴 만한 섬이 없으니, 석도=독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은 오랫동안 울릉도를 다케시마(竹島)로, 독도를 마쓰시마(松島)로 불렀다. 그러다가 1800년대 후반부터 독도를 리앙쿠르 또는 량코도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1905년의 영토 편입 대상은 마쓰시마가 아니라 량코도였다. 18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가 독도를 발견하고, 서양에서 이 섬을 리앙쿠르라 칭한 것이 일본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외국의 영향으로 자국 땅의 이름을 바꾸었다는 점은 이상하다. 시마네현 고시에서 자기들이 전통적으로 울릉도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해온 다케시마를 느닷없이 독도의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불가사의하다.
이렇게 보면, 석도=독도보다 량코도=다케시마가 훨씬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일본이 량코도라는 환상의 섬을 편입해 놓고 그것을 교묘하게 독도로 치환했다는 설(說)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다케시마의 날은 그들의 환상을 실재화하려는 연극인 셈이다. 다케시마의 날보다는 독도의 날이 자연스럽고 진실에 가까운 이유이다. 한반도의 동쪽에는 독도와 동해가 있을 뿐이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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