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0일 본회의를 열어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56'사법연수원 13기)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의결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재판 실무 경험과 인권보호 재판 경력을 높이 샀고, 계층 이익 충돌 조정,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조 후보를 임명 제청했다는 대법원의 발표 직후 대법관 구성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후보자 개인의 역량이나 자질 문제와 별개로 '명문대 출신'남성'판사'라는 대법관 구성 공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관 조직 폐쇄성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임명 제청 대상으로 '2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및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공기관 경력자와 교수 경력자'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이 되려면 사법시험을 통과해 20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법관 구성 방법은 제도적 측면에선 손색이 없다. 형식적으로는 법조일원화 형태를 띠어 제도적 다양성은 확보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법관은 고위 법관의 승진 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980년부터 올 1월까지 임명된 84명의 대법관 출신 직역을 살펴보면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가 68명(81%)으로 압도적이다. 검사 출신 9명(10.7%), 판사 출신 변호사 6명(7.1%) 등이 뒤를 이었다. 공공기관 경력자는 전혀 없고, 이외에 서울대 법학과 교수였던 양창수 대법관이 판사 출신 교수경력자로는 유일하다. 검찰 출신 대법관은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안대희 대법관(59'7기)이 퇴임한 2012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
대법관들의 출신학교도 '서울대 법대'에 편중됐다. 84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 출신이 63명(75%)으로 서울대 비법대 출신 3명(3.6%), 그 외 대학 출신 18명(21.5%)의 3배에 달한다. 지난해 55회 사법시험 합격자 306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76명(24.84%)인 점,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의 서울대 비율이 3분의 1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여성 비율도 낮다. 박보영(53'사법연수원 16기), 김소영(49'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으로 두 명뿐이다.
◆대륙법계 국가는 법관 출신, 영미법계 국가는 직역 다양
외국은 법 역사와 전통, 상황에 따라 대법관의 구성을 달리하고 있다. 판사'검사'변호사 간 벽을 허문 '법조일원화'에 기반을 둔 영미법계 국가의 대법관은 출신 직역이 다양한 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명의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대법관 수와 다르게 자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지명권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대부분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사람을 후보로 지명하고 있다.
영국은 2007년 개정된 헌법개혁법이 적용되면서 현재는 법률귀족과 법조경력자가 병존한다. 종전 상원 법률귀족으로 구성되던 것이 법 개정 이후로는 '최소 2년 이상 고위법관직 근무 경력 또는 최소 15년 이상의 변호사'로 바뀌었다. 현재 새로 임명된 법조경력자는 12명 중 8명이다.
캐나다는 임명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고, 관례에 따른다. 9명이 모두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여야 하고, 퀘벡주 출신이 3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만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경력법관제를 취하는 대륙법계 국가는 법관 출신이 일반적이다. 독일의 연방법관은 법관 자격이 있는 자들로 구성된다.
프랑스의 파기원도 84명의 판사가 사건을 담당하는 경력법관제를 기본으로 한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15인 재판관 중 10인은 판사'검사'변호사로, 나머지 5인은 비법률가로 구성된다. 1970년대 이후 관례에 따라 판사 출신 6명, 변호사 출신 4명, 검찰관 출신 2명, 행정관'외교관'대학교수 출신 각 1명의 구성이 이어져 오고 있다.
◆대법관 구성 실질적 다양성 필요해
당사자가 1'2심에 불복해 상고한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사건은 '소부'에 배당된다. 소부는 1'2'3부로 나뉘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각 부에 4명씩 구성된다. 소부 사건은 주심 대법관의 성향에 따라 사건 결론이 뒤집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대법관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만약 4명의 대법관이 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되면 사건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13명이 함께 검토하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간다. 전원합의체는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낸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대법관이 많을수록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법관 개개인의 성향이 중요하다. 서울대'남성'법관 출신이 대부분인 대법원 구성에 여성이나 학자, 변호사 출신이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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