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주위에선 "의사도 감기에 걸리냐?"며 핀잔 반 놀림 반으로 말한다. 의사들은 아프지 않아서 약도 안 먹고, 주사도 안 맞고, 수술도 안 받는다고 일반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병원 갈 때 기분이 어떤지,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 혹시 암이라고 할까 봐 얼마나 떨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입견들은 환자는 물론 건강한 일반인들까지도 의사와의 관계를 형성할 때나 의사소통을 할 때 방해요소가 된다. 과연 의사는 병에 덜 걸릴까? 답은 아니다.
오히려 호흡기 감염질환은 환자와의 접촉 때문에 더 잘 걸린다. 암이 의사라고 해서 비켜가지는 않는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적 스트레스도 심한데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환자들에겐 검진을 권유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검진을 게을리한다. 그래서 병이 상당히 진행되도록 모르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다 보면 자신은 이런 병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병에 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무의식 중에 착각한다. 이상을 느껴도 워낙 시간이 없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 보면 그만 병의 발견이 늦어지게 된다.
그런데 좀 역설적인 말이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도 좀 아파야 환자에게 득(?)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며칠 전 후배 의사에게 진료받을 일이 있어서 미리 전화를 하고 갔는데도,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어둡고 지쳐 보였다. 언제 이름이 불릴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앉아있자니 왠지 모르게 초라해지고, 그 짧은 기다림도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지치고 힘들 때 의사가 "많이 기다리셨죠? 앞에 환자가 중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라고 건넨다면, 그 말 한마디에 환자의 얼굴은 환해질 것이고, 의사-환자 간 소통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이런 것쯤이야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잘 행해지지 않는다. 환자 입장에 서 보면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의사도 온갖 복잡한 검사를 받아봐야 정작 치료과정보다 검사가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겁나게 하는지 알 수 있고, 수술을 받아봐야 수술대 위에 누워 있을 때 의료진들의 대화나 갖가지 기계 소리에 얼마나 예민해지고 무서워지는지 알 수 있다. '역지사지'라고, 환자가 돼 봐야 환자 입장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사가 다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늘 환자의 입장이 되고자 '환자의 눈으로, 환자의 마음으로'를 병원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박경동 효성병원 병원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