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8년전 '김삼선'의 꿈 실현…김천, 십자축 광역교통망 중심지로

1966년 朴대통령까지 기공식 참석…예산부족 등으로 미완의 아픈 추억

1966년 11월 9일. 이날 오전 영주에서 경북선 개통식에 참석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운 전용차량이 김천시내를 통과해 오후 3시 30분 김천 성의고등학교에 도착했다.

태극기를 든 학생과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성의고 운동장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김천~삼천포(김삼선) 철도 기공식의 발파 버튼을 눌렀다. 현직 대통령과 함께한 기공식을 치른 시민들은 곧 '김삼선'이 개통될 것으로 믿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기공식 후 40여 년이 흘렀고, 예산 부족과 세계은행의 재검토 요구 등으로 김삼선 철도는 잊혀진 추억이 됐다. 국토의 중심, 교통 중심도시라고 자부하는 김천시민들의 아픈 기억이다.

김삼선이 개통되면 삼천포를 가보겠다는 부푼 꿈을 가졌던 까까머리 중학생은 반백의 신사가 됐다. 철도 개통소식은 전해오지 않았고, 잊혀진 김삼선은 선술집에 모인 흰머리 노인들의 술자리 추억거리가 됐다. 그러나 최근 잊혀졌던 김삼선이 추억 속에서 걸어나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추억 속 김삼선이 현실로

김천시민들의 추억 속에만 존재하던 김삼선이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현실에 반영된 계기는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채택되면서부터다.

남부내륙철도는 김천을 기점으로 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전체 구간 중 김천~진주는 복선, 진주~거제는 단선 전철로 건설된다.

총연장 186.3㎞에 사업비 6조7천907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2011년 4월 4일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확정'고시됐다. 이후 2013년 11월 19일 기획재정부 선정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대상사업에 선정됐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같은 해 12월 17일 조사에 착수해 예타가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인 예타를 통해 경제성이 확보되면 국토교통부는 기본계획수립과 함께 2015년 예산에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실시설계를 거쳐 사업을 시행한다.

남부내륙철도가 건설되면 서울~진주 시간거리가 3시간 20분에서 2시간 5분으로 단축되고, 김천에서 진주까지 30분, 거제까지는 50분이면 갈 수 있다. 1966년 김삼선 기공식을 추억하는 김천시민들의 꿈이 실현되는 셈이다.

◆ 치열한 유치경쟁 끝에 김천~거제 노선으로

김삼선을 추억 속에서 현실로 이끌어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남부내륙철도건설은 김천시가 치열한 유치경쟁 끝에 얻어낸 성과다. 남부내륙철도는 김천 출발 노선(김천~성주~의령~합천~진주~거제)과 대전 출발 노선(대전~무주~함양~진주~거제)을 두고, 경북'경남'전북'충남 지역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다.

김천 출발 노선의 경우, 이미 대전~김천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전 출발 노선에 비해 공사 거리를 37.4㎞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도달 시간도 2시간 5분이면 충분해 자동차보다 60여 분이 단축된다. 국가 예산도 1조2천229억원 절감할 수 있다. 사실상 김천 출발 노선이 최적의 노선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 입김과 논란 속에 힘든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당초 2010년 12월 말 노선이 확정'고시될 예정이었으나 경남의 함양'산청, 전북의 무주'장수, 충남의 금산, 전라북도 등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야당도 경북지역 전체 예산과 연계해 '형님예산' '형님노선' 운운하며 집요하게 발목을 잡아 큰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박보생 김천시장과 이철우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이 힘을 합쳤다. 국토해양부, 국회 등 관계 부처와 기관을 60여 차례나 방문했다. 또 노선통과 지역인 고령'성주'합천'의령군수와 남부내륙철도 건설 촉구를 위한 공동 건의문도 채택해 수십 차례 정부에 전달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설득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1년 4월 드디어 노선 유치에 성공했다.

◆ 조기착공을 위한 노력들

김삼선의 꿈을 이룰 남부내륙철도 유치에 성공했으나 조기착공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2011년 5월, 김천시청에서 남부내륙철도가 통과하는 6개 시장'군수들이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 한자리에 모인 시장'군수들은 김천~진주 간 철도건설 조기 착수를 위한 공동대응 합의문을 작성해 국토부에 전달했다.

2012년 1월, 5월에도 김천시청과 경북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와 기자회견을 갖고 남부내륙철도 조기 건설 촉구건의문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남부내륙철도 조기착공은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 공약사업에 반영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대선 공약에 포함됐던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은 2013년 7월 5일 박근혜 대통령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포함된 뒤 7월 17일 발표된 새누리당 '지역공약실천특별위원회' 공약사업에서 경북지역 대선공약 순위 2위에 올라 조기 착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조금 앞선 2013년 5월에는 합천군청에서 남부내륙철도 조기 건설 건의문을 채택하고 국토부에 전달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이철우 국회의원 주도로 철도노선 통과지역의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모두 모여 남부내륙철도 국회포럼을 개최하고 조기 착수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2013년 기획재정부에서 선정하는 예타 대상사업에 선정됐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같은 해 조사에 착수, 예타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 십자축 철도망의 완성, 국토의 중심으로

김천시의 목표는 김천 기준으로 동서와 남북을 연결하는 십자축 철도망 건설이다. 이를 위해 2013년 12월 16일 남부내륙철도와 기존 경북선의 김천~상주~문경 구간을 복선화해서 연결하자며, 노선통과 8개 지역 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중'남부내륙철도 연결 및 조기 착수를 위한 시장'군수 협의회'를 구성했다.

십자축 철도망은 국토의 중심인 김천을 기준으로 예타 조사 중인 남부내륙철도와 경북선 기존노선을 연결하고, 장기검토 노선인 김천~전주~군산(새만금)을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까지 연결하는 구상이다.

김천~전주~군산 노선은 당초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철도노선을 우선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김천시가 전라북도와 공조하면서 조기 건설 추진에 많은 관심과 심혈을 기울인 결과, 동서화합 및 광역경제권 활성화, 환동해권과 환황해권의 연계 등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김천시 의견이 받아들여져 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됐다.

김천시는 총연장 108.1㎞에 사업비 2조7천541억원이 드는 김천~전주~군산 노선이 연결되면 기존의 경부선, 경북선, 경부고속철도를 포함해 5개의 광역철도망을 구축한 우리나라 최고의 물류교통 중심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천'신현일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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