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선거에서 한 번도 맞붙은 경험이 없는 전'현 단체장 간 신경전으로 냉기가 흐르고 있다. 두 사람은 묘한 인연이 있다. 고윤환 시장은 신현국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201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신 전 시장의 빈자리를 고 시장이 메운 셈이다.
◆전'현 단체장 격돌
고 시장은 2012년 4월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신 전 시장이 18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를 한 때문이다. 부산시와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고 시장은 오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큰 잡음 없이 시정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보궐선거에 당선된 때문에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한성 국회의원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시장은 정치적으로 편 가르기가 극심했던 문경을 행정관료 출신답게 조용하게 이끌어왔다고 자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 시장은 여타 경쟁자를 압도하면서 선두를 유지하는 것도 이 같은 공에 대한 평가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 전 시장이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조용하던 문경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신 전 시장은 2012년 사퇴한 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이번 선거에서 다시 출마를 결심했다. 국군체육부대와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등 공(功)을 내세우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도 강점이다. 하지만 주변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다시 선거에 나서는 것이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또 최근 문경시 간부 공무원 승진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당선되더라도 무효가 된다.
두 사람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고 시장은 "시장직을 그만두고 총선 출마했고, 낙선 후 다시 시장선거에 뛰어든 경우가 전국 어디에도 없다. 상식과 명분에 맞지 않다"고 했다.
신 전 시장은 "앞서 추진했던 많은 일이 중도 좌초됐고, 시민들도 꿈과 희망을 잃는 등 1년 8개월간 문경이 한 발짝도 못나갔다"고 주장했다.
신영진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40대의 신 전 서기관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고 시장에 이어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젊고 역동적인 문경'을 외치는 신 전 서기관은 보궐선거 이후 표심 다지기에 나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올렸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문중 간 대결도 흥밋거리다. 개성 고씨와 평산 신씨는 문경에서 이름난 성씨로, 인원은 각각 3천여 명과 5천여 명이다. 고 시장은 개성 고씨의 대표 선수로 나선 셈이고, 신 전 시장과 신 전 서기관은 평산 신씨의 대표격이다. 이런 가운데 김씨, 이씨, 박씨 등 여타 문중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 가는 대목이다.
강명윤 전 문경시 직장협의회장은 지난해 4월 사무관으로 명예퇴직을 한 뒤 출마를 결심했다. 문경시정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가 높다고 자부하는 강 전 협의회장은 이벤트 및 전시행정을 자제하고 서민들을 위한 시정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문경 발전은 내가 적임자
고 시장은 재정을 탄탄하게 했고, 지역 화합을 이끌었으며 행정의 투명성도 이뤄냈다고 자부하고 있다.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문경을 정상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에만 62억원의 빚을 갚는 등 전임 시장 시절 너무 방만하게 시정이 운영됐다"며 "정치적으로 분열됐던 문경이 이제야 안정됐다"고 말했다.
신 전 시장은 현 시장이 자신이 유치했던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등 굵직한 현안 준비에 소홀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시정이 2015년 대회의 유치 의도와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출마 생각이 없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시정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며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한 장본인으로, 국제대회를 직접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신 전 서기관은 "삼성 반도체와 하이닉스 반도체 등 대기업을 문경에 유치할 전략이 있다"며 "문경을 20만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유럽 유학시절 10개국 30여 개 폐광도시를 직접 찾아다니며 문경의 발전모델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강 전 협의회장은 "서민이 잘사는 문경을 만들고, 인'허가 부서를 한 과에 통합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서민경제 강화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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