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본사를 둔 신종 다단계 업체가 대구에 진을 치고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이 업체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야 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해 다단계 공제협회 등에 가입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회원을 모집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1일 오후 3시쯤 한 시민의 제보로 찾아간 대구 중구 한 빌딩 사무실. 30㎡ 남짓한 공간에 50, 60대로 보이는 남녀 30여 명이 한 여성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 옆에선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 강사가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5명에게 "말레이시아 모 그룹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의 광고권을 사들이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650만원을 투자해 1년 만에 2천400만원을 번 사람도 있다"며 상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사무실의 한 남성은 기자에게도 "외국의 SNS의 광고권을 사들이면 고수익을 보장받는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그는 "광고권을 사들이면 일종의 전자화폐인 GRC(game redemption credit)를 주는데, 1년만 묻어두면 2→4→8→16배씩, 계속해서 투자금이 불어나 나중에는 원금의 몇 배 수익을 올린다"고 선전했다. 또 "GRC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 이 그룹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제품을 사거나 심지어 자동차, 부동산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 회원을 모아오면 투자금액의 6~10%를 소개비로 주겠다"고 귀띔했다. 하위 회원의 투자금으로 상위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금융 피라미드'와 비슷한 형태였다.
이처럼 이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자를 모으고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 이상의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업체는 대구 5곳과 경산'문경을 포함해 전국에 30여 개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영업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지난 1월 부산 연제경찰서는 부산과 인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투자자들을 모아 돈을 챙긴 혐의로 이 업체 운영자 4명을 입건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점조직으로 은밀하게 운영해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다.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한 시민은 "돈이 계속 불어나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말에 심지어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 가입한 사람도 있다. 나중에 이들의 지인들까지 가입하도록 유도해 인간관계까지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외국 업체 광고에 투자를 유도하는 엠페이스(MFace)는 방문판매법상 등록주체인 본사가 외국에 있는 새로운 유형의 다단계 판매이다. 이 업체 국내 조직원들은 일종의 현지 판매원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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