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홍익 경찰' 구호 무색한 나쁜 경찰

권기선 경북경찰청장이 취임한 뒤 홍익경찰(弘益警察: 널리 이롭게 하는 경찰)은 경북경찰의 화두가 됐다. 권 청장은 법질서가 바로 선 건강한 경북치안 구현을 목표로 시'군 경찰서를 방문한 자리마다 어김없이 홍익경찰을 강조했다.

칠곡경찰서 방문 자리에서도 홍익경찰을 새삼 강조했다. 정태진 칠곡경찰서장도 직원교육이나 외부특강을 통해 홍익경찰의 중요성과 역할을 설파했다. 지휘관의 방침과 철학이 정확하고 빠르게 조직과 지역사회로 전달되는 모습이 자못 듬직했다.

하지만 홍익경찰, 홍익치안은 두 달 만에 말 잔치로 그치게 됐다. 칠곡경찰서 현직 경찰관 C씨가 전직 동료였던 A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자 보험금을 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그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23일 구속됐다.

지역사회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칠곡경찰은 '칠곡홍익동아리' 발대식을 가졌다. 아울러 전체 직원이 음주운전 등 의무위반 제로를 위한 총력추진 자정 결의대회를 열어 '직무수행 시 법과 원칙을 지켜 청렴하고 지역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홍익경찰관이 되겠다'고 결의문도 낭독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말들은 헛구호가 되고 말았다.

왜관읍 한 주민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보호의 최후 보루인 경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무섭다. 이젠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는냐"며 불안해 했다.

칠곡경찰도 큰 충격에 빠졌다. 한 경찰관은 "칠곡경찰의 치안부담은 전국에서도 알아줄 만큼 크지만 사명감으로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고개를 들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다른 직원도 "대학 졸업반인 아들에게 경찰의 길을 권유했었는데 볼 낯이 없다. 지금 같아선 하루라도 빨리 경찰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일부에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에 흙탕물을 끼얹었다며 안타까워하고, 많은 애를 먹고 있는 칠곡경찰이 안쓰럽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경찰의 존재목적인 이상,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은 실로 엄청나다. 칠곡경찰, 비난받아 마땅하다.

칠곡'이영욱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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