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선학교서 '선행학습 금지' 제대로 지킬까요

특별법안 실효성 논란

올해 하반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안'(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이 법은 6개월 후인 올해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이 법에 따르면 초'중'고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과정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도 할 수 없다. 초'중'고교와 대학의 입학 전형은 각급 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지 못하게 했다. 또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 기관은 선행학습 지도를 한다고 광고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이 법이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절감 등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행학습의 기준이 모호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구 수성구 한 초교 교사는 "일부 사립 초교가 진행하고 있는 영어 몰입 교육을 규제할 수단이 생기는 등 학교 현장의 선행학습 열기가 다소 숙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원의 선행학습을 막지 않아 사교육에 의존하는 풍토가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학원업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선행학습 지도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는 있겠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학원의 선행 교육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이번 법은 선행 교육 광고만 금지하는 것으로 후퇴했다"며 "대학 입시에 모든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인데 학교에서 선행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면 학생, 학부모가 불안감을 느껴 지금보다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 뿌리 깊은 학벌주의 문제 등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함께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행학습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 김무성 대변인은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심화 문제를 냈는데 이를 두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행학습이라고 항의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며 "심화학습과 선행학습, 예습과 선행학습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명확한 지침이 나와야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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