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올 하반기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도심 경관'이다. 현재 공정률(도심 경관 사업) 54%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7.2~19.4m 높이의 모노레일(외줄 선로)과 30개 역사는 도심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최근 전봇대 지중화 사업이 끝났고 모노레일 교각도 분양돼 디자인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노선 주변 건물의 옥상'지붕, 간판 정비도 절반 이상 마친 상태다.
하지만 대구도시철도 3호선 주변 경관 개선 사업이 반환점을 돌았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관개선 사업이 마무리돼도 도심 풍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자가 일주일에 걸쳐 현장을 둘러봤다.
◆티 안 나는 건물'간판 정비
도시철도 3호선 주변 건물'간판 정비 사업이 절반 이상 진행됐지만 구도심 지역은 낡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대봉교를 지나 남구와 서구, 중구, 북구 팔달교까지의 구도심 구간엔 낡은 건물들이 눈에 거슬렸다.
인근 건물에 올라서 본 대구 북구 옥산로 북구청~팔달교 구간. 대구 제3산업단지와 염색산업단지 주변은 파란 공장 지붕과 굴뚝에서 피어오른 뿌연 연기부터 시야에 들어왔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공구'자동차 부품상점은 낡은 건물에 달린 새 간판이 어색해 보였다.
남구와 서구는 지붕개량과 옥상 적치물 정비, 도색 등 건축부문 경관 개선사업을 마쳤으나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
남산역 인근 주택 옥상에는 비닐하우스를 쳐 놓은 텃밭이 있었고, 골목 공터와 주택 지붕의 나무와 풀은 말라 죽어 있었다. 파란 천막이 지붕 전체를 덮은 곳도 있고, 좁은 골목 한쪽에 쌓은 널빤지와 폐자재는 흉물스럽게 보였다.
중구 달성공원역 인근 건물 옥상은 도색이 벗겨져 새카만 얼룩이 드러나 있었다. 양철 지붕 곳곳엔 주황색의 녹슨 자국이 인상을 찌푸리게 했고, 기왓장이 떨어져 나간 폐가는 을씨년스러웠다.
중구 달성로 한 공구업체 관계자는 "3호선 공사가 시작된 후 건물 경관 공사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구 팔달로(비산 7동)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간판을 많이 교체했는데, 사람들이 도시철도를 타면서 간판만 보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며 "경관 개선을 하지 않는 곳까지 시선이 미치는데 그런 곳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지적했다.
◆모노레일 쪽 전봇대만 지중화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2012년 2월 시작한 전봇대 지중화 사업을 지난달 중순 모두 마쳤다. 수성구 관계삼거리에서 북구 팔달교까지 572억원을 들여 높이 16m의 전봇대 915개를 철거하고 전기선 43.2㎞, 통신선 54.2㎞를 땅속에 묻었다.
하지만 모노레일이 놓인 도로에서 5~10m만 벗어나면 실타래처럼 얽힌 전선이 치렁치렁한 전봇대가 줄을 서 있었다. 모노레일이 곡선을 그리는 교차로엔 전봇대 몇 개가 제거됐으나 나머지는 가로수와 전기선이 얽힌 채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노원동 한 골목길은 길가로 전봇대가 늘어선 데다 전선이 골목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전봇대 하나에 전선이 20~40개나 달려 있었다. 인근 전봇대는 덧보탠 전선으로 곧 쓰러질 듯했다.
원대역~팔달시장역의 일부 건물 옥상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전선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북구의 한 지게차 업체 대표 손모(43) 씨는 "골목길의 전봇대들도 다 없앤다면 하늘이 탁 트여 좋을 것"이라며 "모노레일 주변의 전봇대 제거로는 경관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봇대 지중화 공사로 말미암은 부작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반이 내려앉아 움푹하게 꺼진 인도가 보행에 불편을 줬다. 전봇대를 제거한 뒤 바닥이 내려앉은 비산 7동의 한 인도는 제대로 걷기가 어려웠다. 만평역 앞에는 부서진 보도블록이 발에 차였다. 원대동 일대도 인도 곳곳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노원동에서 중장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3) 씨는 "공사 후 차도보다 높이가 낮아진 인도도 있다"며 "비가 오면 내려앉은 인도에 물이 고이고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교각 미관개선 지지부진
모노레일 교각은 대학, 구청, 각종 단체에 분양됐으나 대구시의 경관 심의가 연기돼 교각 개선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도시철도 3호선의 교각은 모두 692개. 이 중 하천 내나 교차로 등에 있는 338개(48.8%)의 교각은 경관계획이 없다. 354개 중 195개는 넝쿨이 교각을 감쌀 수 있도록 할 계획이고, 57개는 여러 단체에 분양해 디자인을 맡긴다는 방안이다. 나머지 교각은 배너(30개)와 시험 디자인(15개), 방호시설(57개)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교각 꾸미기는 지지부진하다. 대구시는 지난해 57개 교각을 15개 기관으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았으나 옥외광고법에 어긋나 2개 기관(12개 교각)이 분양을 포기하면서 45개 교각만 꾸며야 할 판이다. 그나마도 경관 심의에 디자인을 제출한 기관은 10곳(35개 교각)에 불과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22일 도시디자인총괄본부에서 경관 심의를 열었으나 "교각 디자인의 통일성이 없다"며 심의를 이달로 미뤘다.
심의에 참석한 미술 및 디자인 분야 위원들은 "기관들의 교각 디자인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도심 경관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자극적인 여러 색상을 입히면 눈에 거슬려 대구도심을 상징하자는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 재심의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심의 당시 일부 위원들은 각 기관이 따로 디자인을 할 게 아니라 한 업체에 맡겨 통일성을 살리거나 분양 교각 수를 더 줄이자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건설 2과 관계자는 "이달 중 경관 심의를 거쳐 분양된 기관들의 디자인이 통과되면 교각 미관 개선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옥외광고법이 개정되면 추가로 교각을 분양할 수 있다"며 "전봇대가 사라진 팔달로와 달성로 등은 새로운 보행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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