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업무를 마치고 부산에 마련된 빈소에 가기 위해 대구부산간고속도로를 차를 몰고 내려가는 중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안타까움에 목이 메이었다. 형님이, 그렇게 좋은 분이 세상을 일찍 떠나셨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숨진 연극배우 겸 연출자 최정운 씨의 이야기이다.
우린 2006년 대학원에서 처음 만나 남다른 우정을 키워왔다. 처음에는 서로 나이 차이도 나고 추구하는 일이 달라서 서먹했지만 우연히 과제를 같이하면서부터 이야기도 잘 통하고 취미도 비슷하여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술자리에서 속 깊은 고민도 나누기도 하고 PC방에서 컴퓨터 게임도 같이할 정도로 친해져 마치 친형제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형님이 내가 기획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일환인 시민연극아카데미 '내가 만든 연극 애랑전'에 연극 강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나는 형님에게 의지하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그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자리 잡히기 전이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그때 형님이 없었으면 아마 중도에 사업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형님은 교통비 수준의 강사비밖에 못 받았음에도 거의 매일 나와서 열정적으로 교육하고 연기지도를 해 주었다. 난 미안한 마음에 쉬어가면서 하자고 해도 형님은 막무가내였다. 이왕 시작했으니 좋은 경험이라면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보자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극발표회는 성공리에 잘 끝났고 형님에게 약속 한 가지를 드렸다. 다음에는 꼭 제대로 된 강사비와 쉽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드리겠다고. 그 후 공모사업을 거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도중 갑자기 장르가 연극에서 음악으로 바뀌는 바람에 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번번이 약속을 못 지키고 처음에 같이 한 고생을 보상해 드리지 못해 더욱 미안한 마음이 컸었다. 형님은 괜찮다며 기회가 오면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그러다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북구문화예술회관으로 자리를 옮긴 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작년에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형님에게 연락드려 흔쾌히 진행해보자는 허락을 받아내었다. 난 형님과의 약속을 지킬 뿐만 아니라 4년전의 그 열정으로 일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번 사고로 인해 형님과의 약속을 영원히 못 지키게 되어버렸다.
계속 운전대만 쳤다. 그리고 빈소에 도착한 난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였고 나에게 열정을 불어넣어 주신 하나뿐인 형님이라고, 당신과의 소중한 추억을 더는 이어나갈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혼자 되뇌며 눈물을 삼켰다.
박병준(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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