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영어 습득 방법의 하나로 해외 어학연수를 생각하는 것 같다. 영어공부를 위해 조기유학이나 영어캠프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자녀의 단기 어학연수에 한정해 얘기하고자 한다. 그것은 필자가 대학생 영어연수 인솔자로 필리핀의 한 도시에 머물면서 우리나라 연수 학생들을 관찰하며 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필리핀의 한 대학 부설 어학원이다. 이곳에서는 대학생 외에 초중학생 그리고 일반인도 영어연수를 받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특히 초중학생의 연수 생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연수 국가의 상황이 다르고 또 연수받는 학생의 의지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므로 이렇다저렇다 하는 것이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학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현지에서 관찰한 사항을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연수지역의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 영어권 국가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아이의 연수 경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연수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필리핀과 같은 국가를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지역이 어떤 곳이며 어느 정도 안전한 지역인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곳은 필리핀 중부 네그로스섬의 한 전원도시인데, 한국 사람이 적은, 꽤 안전한 지역인 것 같다.
둘째, 연수기관이 믿을 만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외연수가 아이의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글로벌 마인드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연수기관이 너무 상업적이거나 체계적이지 못하면 바라는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어느 연수기관이 건실한 곳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으나, 먼저 다녀온 학생을 만나 알아보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한다. 대학 부설 어학원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언제 얼마 동안 보내는가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보다 고학년생 혹은 중학생이 연수의 효과를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가능하다면 초등학생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와 함께 와 머무는 것이 좋다. 부모가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 어학원에서 알선해 주는 보호자(guardian)가 상주해 아이를 보살펴준다. 하지만 아이가 일찍 일어나 어학원으로 가야 하고, 기숙사에 돌아와 사실상 혼자 지내야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너무 어릴 때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이가 영어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서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단기연수의 경우 방학 기간인 4주 정도가 적절한 것 같다. 2, 3주 기간은 연수국가의 문화나 역사를 배운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겠으나 영어연수로서는 짧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왕 해외연수를 보낸다면 아이가 연수 생활을 즐겁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좋겠다. 외국어는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아이를 질책하기보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영어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영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성장환 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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