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은 이제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친근한 내 동생 같아요. 잔잔한 음색을 가진 해금과 함께 놀 때가 가장 행복해요."
대구에서 '해금 신동'으로 불려온 올해 수성중학교 졸업생 정예림(17) 양이 6년 동안 자신을 국악의 길로 인도해준 여러 고마운 분들을 모시고 해금 독주회를 처음 연다. 정 양은 28일 오후 7시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정악, 산조 한마당, 창작곡 등 잔잔한 해금의 선율을 선사할 계획이다. 특히 정 양은 이날 축하 화환 대신 받은 봉사금에 용돈을 보태 청각장애인에게 맑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보청기를 선물할 방침이다.
"열 살 때 해금을 처음 알게 됐을 땐 궁금하고 설레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어려서인지 겁도 없고 무작정 덤볐던 것 같습니다. 해금은 두려움도 주고 기쁨도 주고 때로는 슬픔과 미움도 안겨주었어요."
정 양은 초등학교부터 해금에 두각을 드러냈다. 계성초등학교 3학년 때 음악특성화 수업으로 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정 양은 4학년 때 최연소 실기 특기생으로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 입학해 수료했고, 중학교 3학년 때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1년간 다녔다. 정 양은 또 최고 국악고등학교인 국립한국국악고등학교에 합격해 내달 3일 입합할 예정이다. 정 양은 2008년 전국 초'중학생 음악경연대회 국악 부문 1등, 2009년 대한민국 해금축제 경연대회 초등부 최우수상, 2012년 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 기악중등부 장려상, 2013년 구미 전국 청소년 국악경연대회 금상 등 화려한 입상경력을 갖고 있다. 또 2010년에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5개 도시 초청 공연에 출연, '적념'을 연주해 2천500명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고 앙코르 연주까지 했다. 정 양은 주영위 전 대구시립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이동복 경북대 교수, 김은진 대구시립국악단 해금 수석단원, 최영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사 등으로부터 해금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동복 경북대 교수는 "해금은 음이 정해지지 않은 두 줄을 활로 켜며 손가락 4개로 짚어 소리내는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라며 "예림이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키보다 높은 해금을 고사리손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기특했고 훌륭한 해금 연주자로서의 재능을 충분히 갖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엄마 임미성 씨는 "예림이는 평소 가부좌를 틀고 하루 5시간 이상씩 해금 연주 연습을 했다"면서 "중학교 입학 전 사춘기를 맞아 방황한 적도 있었지만 다시 해금을 시작해 고마웠다"고 했다.
"해금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활대가 춤을 추면서 예쁜 소리를 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기 같은 소리를 내요. 소리가 거칠게 날 때는 악기를 던지고 싶은 마음도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정 양의 꿈은 국악계 최고 해금 권위자인 교수가 되는 것. 외동인 정 양은 밝은 성격에 시간이 나면 그림 그리기, 판타지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정 양은 취학 전 6세 때 엄마와 함께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고, 초교 입학 후부터 신문 폐지를 모아 팔아 매달 어려운 가정에 학용품을 전달하는 등 예쁜 마음도 갖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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