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천재를 기다리며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는 늘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학교 지리 시간에 배웠던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 가장 높은 산과 같은 것들이다. 호주의 시드니,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를 묶어 세계 3대 미항(美港)이라고 부른다거나, 아마존, 나일, 미시시피를 세계 3대 강이라고 부르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록 음악을 들으면서는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세계 3대 기타리스트를 두고 다퉜다. 제프 벡, 에릭 클랩턴 다음 자리를 두고 지미 헨드릭스와 지미 페이지가 엇갈렸다. 지금이야 헨드릭스를 첫손에 꼽지만, 그때, 페이지를 빼버리기엔 '위대한' 레드 제플린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3대 기타리스트로 합의했다. 4명 가운데 지미 헨드릭스만 미국 출신이다.

최고 가운데 최고의 자리 다툼도 재미있다. 천재들 이야기다. 몇 년 전 과학저널인 네이처지는 업적을 기준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셰익스피어, 괴테 등을 세계 역사상 10대 천재로 선정했다.

한때 천재의 가늠 잣대였던 지능지수(IQ) 기준으로는 200을 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호주 출신 수학자인 테렌스 타오는 230으로 IQ가 가장 높은 사람으로 공인됐고, 우리나라 천재의 대명사였던 김웅용 씨도 210이었다. 괴테와 셰익스피어가 210, 아인슈타인은 162로 추정한다니 이들의 IQ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들보다 한참이나 더 높은 300으로 추정된 사람도 여럿인데, 헝가리계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 오스트리아계 미국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수 개 국어 능통은 기본이고,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운다거나 자신이 본 책의 몇 쪽, 몇째 줄에 무슨 낱말이 있는지 알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났다는 일화가 있다. 최근 세 살 미국 여자 아이가 IQ 160을 공인받아 멘사 회원이 됐다. 만 두 살이 되기 전에 부모가 읽어준 동화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고, 최근에는 아이패드로 스페인어를 독학할 정도라 한다.

천재들의 화려한 업적으로 우리는 문화'예술, 과학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풍요를 누린다. 그러나 그것들이 곧장 행복한 삶으로 연결됐는지는 의문이다. 기술적인 업적보다는 전쟁과 기아 등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를 깡그리 해결하는 천재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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