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인생의 예술] 한용희 영남대 교수

성악가 이전에 교육자 음악으로 행복 주고파~

한용희(50'테너) 영남대 음대 교수는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항상 학생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그의 음악 인생과 교육 철학을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영남대 교수 10년. 그는 '성악가' 이외에 '교육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학생들의 인생에 단 한 가지라도 보탬이 되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따뜻하고 성심성의껏 학생들을 대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음악적 기교뿐 아니라 세상을 함께 가르치는 진정한 선생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음악마저도 '경쟁'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음악은 그 무엇이기 이전에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하는 행위이며, 이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즐거워야 한다. 행복이 배제된 실력 위주의 강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고3 무렵이었다. 교회 성가대에서 오래 활동하기도 했고,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녹음하며 즐기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의 마음속에는 음악이 흘렀다. 지휘를 공부할까 생각하다가 성악과에 입학해 대구시립합창단원으로 5년 6개월을 생활했다. 유학을 꿈꿨지만 어려운 형편에 학비를 마련할 재간이 없어 한동안 꿈을 접고 지내다 33세의 나이에 뒤늦은 폴란드 유학길에 올랐다.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태어났지만 음악이 정말 좋아 유학 욕심을 접을 수가 없었어요. 밤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끙끙 앓았는데 보다 못한 아내가 '이러다 당신 정말 병 나겠다'며 결심을 굳히게 해주었지요."

유학을 가서는 그가 원했던 두 가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쇼팽국립음악원에서 성악도 배우고, 합창 지휘도 배운 뒤 귀국해서는 포항시립합창단 트레이너와 울산시립합창단 부지휘자를 지냈다.

그는 자기의 음악 인생에 3명의 스승을 꼽았다. 대학교 1학년 첫 전공 교수였던 이영순 교수는 그에게 30년 동안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 준 귀한 분이다. 안승태 지휘자는 그가 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한 교수는 "안 선생님은 연주자가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처음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했다. 또 한 명의 스승은 한국합창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나영수 지휘자로 "굵은 선의 음악적 매력과 표현법, 우리 민요 선율이 곁들여진 한국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그리고 인생을 이분께 배웠다"고 했다.

한 교수는 얼마 전부터 다양한 대구문화계 활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구음악협회와 합창연합회, 대구 각 극장 운영위원 등의 직함을 두루 맡고 있고 가끔은 쓴소리도 내뱉는다. "누구보다 어려움 없이 지금의 자리까지 온 제가 후배 음악인들, 제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보다 나은 문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