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화가 있는 날' 보완해야 뿌리내려

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정부는 올 들어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제정했다. 이날은 영화관과 국공립, 사립 박물관 또는 미술관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나 할인된 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구에서도 오늘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재즈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올댓뮤직 연주팀의 '열린 공연장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1천 원에 감상할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 호응한 봉산문화회관 특별기획공연 덕분이다.

(재)대구문화재단은 '문화가 있는 날'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운동으로 확산시킬 요량이다. 매달 장르별로 특색 있는 공연과 볼만한 전시를 문화의 날에 유도해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대구문학관을 개관하는 4월에는 문학,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을 여는 6월에는 뮤지컬을 선정해 시민들이 매월 색깔 있는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 공연 보러 가는 날'(약칭 우공날)과 연계해 기업의 참여도 권장키로 했다. 대구 중구청도 문화의 날 확산에 동참을 선언했다.

정부가 '문화융성'이란 국정 기조에 발맞춰 문화 향유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가 있는 날'을 제정한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을 한다. 그러나 문화의 날 지정 운영에 대부분 영세한 민간 문화단체나 시설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민간 문화예술계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없고 현장의 콘텐츠가 부실한 문화의 날은 자칫 형식적인 날로 전락할 우려가 없지 않다. 정부가 민간의 희생을 담보로 생색만 내는 문화의 날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모처럼 시행한 '문화가 있는 날'이 문화예술계와 국민 속에 제대로 뿌리를 내려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도록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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