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의 수장 역할에 따라 그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장이 제 역할을 못하면 날로 쇠퇴하다가 망해버리거나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지만 능력 있는 수장이 있다면 그 조직은 활력을 되찾는다.
학교도 이 원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학교들이 변화를 싫어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학교의 중심에는 교장 선생님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DGIST 신성철 총장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교장 선생님을 만나 보면 그 학교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학력이 신장되고 학교의 명성이 올라간 데는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 사이에 가고 싶은 학교로 주목받는 학교들 역시 교장이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교장 역할을 통해 대구경북 교육계의 뛰어난 리더가 되고 있다. 신학기를 맞아 팔을 걷어붙이고 학교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교장들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작은 결과에 환호하고 낙담하는 교육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밖에 안 됩니다. 한 인간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포항 영신고등학교(교장 이영직)의 약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92년 3월 1일 개교한 영신고는 사람으로 치면 아직 20대 초반의 서투른 청년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최근까지 영신고는 전국 단위 발명전 및 학술대회 등 모두 8개 대회에 출전해 37개의 상을 휩쓰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대학 진학에서도 지난해 5명, 올해 3명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등 평준화 지역 일반고로서는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교, 공부 많이 시키는 학교라는 선입견은 곤란하다. 자유롭고 능동적인 학교로 탈바꿈했기에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바로 여기에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기 위한 영신고 이영직(64) 교장의 철학이 투영돼 있다.
"학생들에게 목표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꿈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기다릴 뿐입니다."
이영직 교장은 경북대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교 수학교사로서 20여 년간 교편을 잡았다. 그러던 중 1996년 다시 시험을 쳐서 교육 전문직으로 변신을 꾀했다.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교육의 본질을 연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교육은 봉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사들은 대우받는데만 익숙해져 있더군요. 서비스 직종에 몸담고 있는 셈인데 말이죠. 학생과 교사, 학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2년 2월 영주교육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한 그는 다음해 3월 영신고 초빙교장으로 부임했다.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며 깨달은 철학을 일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취임 후 그는 일반고로서는 이례적으로 1년에 3차례씩 교내축제를 열고 체육과 독서, 발명 등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명사 초청 특강, 부모님과 함께하는 주말여행, 작은 음악회, 주말 스포츠데이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요즘 학교는 정말 삭막합니다. 학우들을 친구가 아닌 대학 입시의 경쟁자라고 가르치지요. 당장 눈앞의 결과를 버리고 학생들에게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즐겁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니 정말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시간 동안 이 교장은 영신고를 단순한 입시학교가 아닌 '자유롭고 능동적인' 학교로 바꿨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포항지역 평준화 고교 중 학생'학부모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교사와 학생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사이입니다. 교사가 얼마나 가르쳤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어떻게 변해가고 그로 인해 교사 역시 새로워지는 것이 바로 교육이 아닐까요?"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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