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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57세' 경신정보고 97명 졸업식

26일 대구 경신정보과학고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만학도들이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6일 대구 경신정보과학고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만학도들이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학에서 공부할 생각만 하면 설레서 잠이 안 와. 늦게라도 공부하길 참 잘했어."

26일 오전 대구 중구 경신정보과학고등학교. 졸업식이라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주부, 갓 성인이 된 20대 청년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학생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손자'손녀, 아들'딸, 친구의 졸업식 축하객이 아닌 이날의 주인공들. 때를 놓쳐 뒤늦게 시작한 공부였기에 졸업장을 받아든 '만학도'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넘쳤다.

'1년 3학기제'(2년 과정)로 성인반이 개설된 이후 12회째 맞는 졸업식. 2012년 3월 입학한 100명 가운데 97명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결승선에 도착했다. 최고령 84세, 최연소 20세. 평균 나이 57세. 학생회장이자 우수성적자로 졸업한 성평일(62) 씨는 교육감상'학교장상'개근상'성적우수상까지 받아 졸업식 다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2010년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고 한이 됐던 고교 졸업장을 따기로 마음먹고 2년 동안 한 차례도 결석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덕분에 그는 수성대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진학하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성씨뿐 아니라 졸업생 중 86명(88.7%)이 배움의 끈을 대학교까지 잇는다. 안소영(60'여) 씨는 "다음 달이면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된다"며 기뻐했다. 중학교와 고교 과정을 가족 몰래 공부한 그는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남편에게 대학생이 됨을 알렸다.

"대학 입학식이 너무 기다려져요. 처음 중학교 과정을 공부할 때만 해도 대학까지 갈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이들에게 공부는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늦게나마 시작한 공부에 매진했다.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수업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부족한 과목은 학원까지 다니며 보충했다. 안동, 영천 등에서 장거리 통학을 한 사람들도 있다.

학교에 가는 게 즐거웠던 이들은 공부뿐 아니라 학교생활에도 열심이었다. 소풍,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은 참석률이 90%를 넘었다. 합창대회도 소질을 불문하고 열성을 보이며 참가했다.

윤덕기 교장은 "배움에 한이 맺혔던 이분들이 학교에서 보여준 열정은 어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됐다"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더 많은 사람이 2년 과정의 고교 과정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신정보과학고는 2003년부터 1년 3학기제 교육과정을 도입해 올해까지 1천7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는 3월부터 시작하는 2014학년도 신입생 150명을 모집하고 있으며, 다음 달까지는 학기 중간에도 등록할 수 있다. 자격은 중학교 졸업자(검정고시 포함)면 누구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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