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은 진정 인간이 새가 되도록 만들어줄 수 있을까? 현재 국내 패러글라이딩 최장거리 비행 기록은 2012년에 윤익병 파일럿이 달성한 185㎞(용인 정광산~경북 봉화군 석포면)이다. 대한행패러글라이딩협회 홈페이지를 보면 100㎞를 넘게 난 기록이 수두룩하며, 무려 7시간 52분의 장시간 비행도 있다. 엔진도 없이, 날개도 없는 인간이 천조각처럼 생긴 캐노피를 달고 마음껏 하늘을 누비는 것이다.
이런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패러글라이딩의 꽃이라고 불리는 '크로스컨트리'(XC'장거리 비행)이다. 날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기 시작하고 나면 늘 마음 가득 하늘을 품게 된다. 시선이 자꾸만 하늘로 향하고,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을 보면 마치 중독자처럼 '날아야겠다'는 욕망이 시도 때도 없이 꿈틀거린다.
이렇게 '하늘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패러글라이딩이 무동력으로 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바람과 상승기류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 아무리 뛰어난 파일럿이라 할지라도 이륙장에서 착륙장을 향해 쪼르르 미끄러지는 몇 분 남짓의 비행밖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부지런히 비행 실력을 연마하고, 비행하기 좋은 기상을 만나 하늘길이 열리면 그때야말로 인간이 새(bird)로 변신할 수 있는 순간이다. 마치 근두운을 잡아탄 손오공처럼 이 산 저 산을 건너뛰며 더 멀리 날아간다. 해발 1,000~2000m의 높이에 떠서 하얀 구름이 내 몸을 감싸 안는 느낌은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 경이롭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열기둥을 찾아내야 좀 더 멀리 갈 수 있는 만큼 보통 몇 명이 함께 팀을 이뤄 날아가게 되는데, 굽이굽이 이어진 높은 산 줄기를 따라 마치 탐색전을 벌이듯 상승기류를 찾아내는 것도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재미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고도를 보며 조마조마 얼어붙던 가슴은 상승기류를 감지한 바리오미터가 울려대는 신호와 함께 묘한 쾌감으로 변한다.
크로스컨트리가 패러글라이딩의 꽃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리그전과, 세계 월드컵경기가 바로 크로스컨트리 방식으로 겨루기 때문이다. 취미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의 경기는 착륙장에 설치된 원판 타깃 안에 정확하게 착지하는 방식으로 겨루는 데 비해, 전문가들의 패러글라이딩 대회는 목표점(타스크)을 돌아 마지막 골까지 누가 빨리 들어오는가를 겨루게 된다. 당연히 더 높은 목표를 꿈꾸는 파일럿들은 '좀 더 멀리' 날아가기를 소망하게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구 인근 지역에서 비행하는 초보 파일럿들의 경우 3개의 장거리 기록을 달성하는 '그랜드 슬램'을 가장 먼저 목표로 한다. 현풍 대니산에서 이륙해 대구 앞산까지 날아오는 20㎞ 코스와, 청도 원정산에서 밀양을 거쳐 김해나 부산 쪽으로 날아가는 코스, 그리고 경남 합천 대암산에서 이륙해 동그랗게 이어진 초계면 산등성이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오는 코스가 장거리 비행의 가장 첫 출발 단계가 된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다고 곧장 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백 번에 달하는 이'착륙 연습을 통해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지형과 기상에 대한 수많은 사전공부를 한 뒤에나 도전할 수 있다.
이제 추위가 가고 봄기운이 코끝에 감지되면서 많은 패러글라이딩 파일럿들이 장거리 비행을 꿈꾸기 시작한다. 이륙장의 여건과 주변의 지형지물에 따라 목표거리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파일럿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원하는 곳으로 멀리 안전하게 비행하는 장거리 비행은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준비하라, 당신도 언젠가 더 멀리 자유롭게 날아갈 때가 다가올 것이다.
조영근(빅버드 패러글라이딩 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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