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이 오는 길목] 수목원에는 벌써 봄봄봄…팬지·비올라 '활짝'

봄꽃 향기

봄기운이 완연하다. 따사로운 봄볕을 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술사다. 그래서 모두 봄을 기다린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겨울이 오면 봄은 머지않다'고 했다. 봄은 겨울을 밀어내고 훈풍을 타고 슬며시 다가온다. 꽃과 새들을 친구 삼아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시작한 봄은 곧 화르르 타오르며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봄은 무엇인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대구수목원

봄은 어느 풍경이나 아름답다. 들판에 앉아 수건으로 햇볕을 가리고 나물 캐는 아낙네의 모습도 아름답고 햇병아리 같은 어린이집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정겹다.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사무실 창가에 놓인 노란 '프리지어'에서 풍기는 꽃향기에서 봄을 느낀다.

지난주 대구수목원을 찾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수목원 곳곳에서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를 연신 쪼아대고 있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곧바로 포르르 날아간다. 아직도 바람은 차지만, 벌써 나무들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노란색이 눈에 띈다. 산수유 꽃인가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생강나무다.

수목원 온실 분재원에도 벌써 봄이 무르익고 있다. 식물원 안에는 2주 전에 매화 등 봄꽃이 활짝 폈다. 꽃향기가 진동한다. 명자꽃과 비슷한 장수매(매화)의 붉은 꽃도 아름답다. 병아리 부리처럼 생긴 노란 꽃잎을 내민 영춘화는 벌써 한 달쯤 앞서 피었다.

대구수목원 화훼묘포장(달서구 대천동) 30여 동의 비닐하우스(2만3천㎡) 속은 꽃 천지다. 알록달록한 팬지와 비올라 등 봄꽃들이 세상으로 나갈 채비를 차리고 있다. 한명숙 농업연구사는 "3월 3일 팬지, 비올라 등 봄꽃들이 첫 출하를 한다"고 말한다. 페튜니아, 크리산세멈, 리빙스턴데이지 등은 3월 10일부터 분양한다. 대구수목원관리사무소 남정문 소장은 "올해 봄꽃은 가장 먼저 나오는 팬지와 가장 늦게 나오는 유채꽃까지 모두 30만6천500여 포기를 기르고 있다"며 "3월 중순까지 대구시 전역에 가로 화분 등으로 분양한다"고 말했다.

◆봄꽃 소식

봄꽃 축제는 최남단 제주도에서 시작한다. 올해 8회를 맞는 제주도 휴애리 매화축제는 이달 22일부터 시작돼 3월 2일(일)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열린다. 매화는 다른 꽃들보다 가장 먼저 피어나 봄 소식을 알린다. 매화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향기가 그윽하기 때문이다. 축제장 매화밭에서 매화 향기를 맡으며 승마 체험도 할 수 있다.

남쪽 바다를 건너온 꽃 소식이 육지에 처음 와 닿는 곳은 유달산이다. 목포시는 한반도 최서남단에 위치한 유달산에서 매년 4월 초순에 봄꽃 잔치를 열고 있다. 최근 '유달산 꽃축제' 프로그램 제안 공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달산 봄꽃 잔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유달산은 능선마다 개나리꽃, 동백꽃, 벚꽃, 목련 등 다양한 봄꽃 천지로 돌변한다. 광양 국제매화 문화축제와 구례 산수유 꽃축제도 3월 22일(토)부터 30(일)까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과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대에서 열린다.

◆대구'경북 꽃축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꽃축제가 펼쳐진다. 팔공산 벚꽃축제(동구), 이월드 야간 벚꽃축제(달서구), 옥포 벚꽃 터널축제(달성군), 불로동 화훼단지 봄꽃축제 등 다양한 축제의 장이 잇따른다. 팔공산 벚꽃축제는 매년 4월 초 동구 용수동 팔공산 도화지구 분수대 광장을 중심으로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팔공산에서 한티재로 이어지는 4㎞의 드라이브 길 양옆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한티재를 넘어 군위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됐다.

산수유 군락지인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숲실마을의 산수유 꽃축제는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펼쳐진다. 국내 대표적 산수유 마을인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일대는 마을 초입에서부터 8㎞에 이르는 산 끝자락까지 수령 300~400년 된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매년 3월 초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려 4월 중순까지 노란색 꽃물결로 절정을 이룬다.

축제 기간에는 전국의 사진작가들과 관광객이 몰려든다. 숲실마을은 2006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제1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자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의성 산수유 꽃축제는 늘 의성 국제연날리기 대회에 앞서 열리며 의성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안동 벚꽃축제는 4월 초 안동시 낙동강변 벚꽃길(인공폭포~안동소방서 뒤편 1.47㎞)에서 열린다.

이 밖에 경주시는 경주 벚꽃축제, 보문 벚꽃페스티벌, 흥무로 벚꽃축제 등 매년 다양한 봄꽃축제를 연다. 구미시도 선주원남동 벚꽃축제를 열고 있으며 군위군도 사과꽃축제 한마당, 김천시는 자두꽃 페스티벌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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