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산업물질과 레저물질

특수 임무띤 '산업잠수' 전문 잠수사에게도 위험한 작업

물질하는 이유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 즐기기 위해 물질하는 사람도 있고 일을 하기 위해 물질하는 이도 있다. 보통 즐기기 위한 물질을 '레저잠수', 일을 하기 위한 물질을 '산업잠수'라고 한다. 산업잠수는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해양토목공사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또 선박을 수리하거나 수중촬영, 과학조사 등의 일을 하기도 한다. 여가를 즐기기 위한 레저잠수와는 달리 산업잠수는 해야 할 임무가 있다. 그래서 일이 고되고 종종 위험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2001년 존 베넷이라는 영국인이 수심 308m까지 트라이믹스 스쿠버 방식으로 잠수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3년 후 그는 우리나라 서해 격포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화물선의 기름유출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투입돼 수심 60m 부근에서 실종됐다. 같이 잠수했던 네덜란드인 로널드 로스는 "베넷은 수심 45m에서 30여 분 동안 물질한 후 30m로 상승해 감압하는 동안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서해는 잠수사에게는 가혹한 바다다. 조류는 빠르고 물은 흐리고 수온은 차갑다. 사고가 일어난 그날은 다행히 조류는 세지 않았다. 시야는 3m, 수온은 7℃ 정도였다. 흔히 사람들은 스쿠버가 물속에 들어갈 때 산소통을 메고 잠수하는 줄 안다. 산소통이 아닌 '공기통'이다. 순수한 산소를 물속에서 호흡하면 산소 중독에 걸려 기절 또는 사망한다. 높은 산소의 분압이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공기를 사용해야 한다. 공기는 산소 21%, 질소 79%이다.

일반적인 스포츠다이버의 안전수심 한계는 30m. 그보다 깊은 수심에서는 질소마취라는 현상 때문에 질소를 빼버리고 그 자리에 헬륨을 넣어 헬리옥스라는 혼합기체를 사용한다. 헬륨이 비싸기는 하나 별 대안이 없어 수심 40m 이상에서는 헬리옥스를 써야 한다. 125m를 넘으면 고압산소증후군이라는 게 생긴다. 그래서 질소를 5% 정도 섞는다. 베넷이 트라이믹스 스쿠버 다이빙으로 세계기록을 세울 때 사용한 기체다. 세 가지 기체를 혼합해 깊은 물 속에서 호흡하며 잠수한다. 산소, 헬륨, 질소가 포함된 혼합기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베넷의 사고 소식은 필자를 포함한 스쿠버다이버들에게 충격이었다. 침몰한 파나마 선적 듀이호는 수심 60m 바닥에 있었고 함께 잠수했던 로스는 45m에서 일한 뒤 상승했다. 사고 당시 이들은 나이트록스와 더블탱크를 사용했다. 나이트록스는 산소 함량을 21%가 아니라 32%나 36%로 높인 것을 말한다. 더블탱크는 한 개가 아닌 두 개짜리 공기통을 메고 잠수하는 것을 말한다. 베넷이 헬리옥스나 트라이믹스 같은 혼합기체가 아닌 일반 공기를 사용했다면 질소마취의 가능성도 있다. 질소마취란 그 원인은 모르나 높은 분압의 질소가 중추신경계를 압박해 마취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따라서 깊은 수심에서는 질소를 빼고 헬륨을 넣은 헬리옥스라는 혼합기체를 사용하는 것이다.

스포츠다이버들도 수심 100m, 150m 깊이의 물속에 들어가기도 한다. '테크니컬다이빙'이라고 하는 깊은 물속 잠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과 함께 안전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스포츠다이빙은 하기 싫거나 날씨'상황 등이 좋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즐기기 위해 할 뿐 목숨을 걸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잠수는 다르다. 하기 싫다고 안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바지선, 크레인 등 각종 장비 등을 준비해 놓고 잠수사만 쳐다보고 있으면 내키지 않지만 물속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바다를 좋아하는 동료로서 존 베넷의 명복을 빈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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