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박사 김미애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부모를 때리는 청소년 아들, 어떡하죠

◇고민=중학생 아들이 저와 말다툼을 할때면 걸핏하면 욕설을 하고 심지어는 주먹과 발로 저를 차고 때릴 때도 있습니다. 좀 더 자라면 덜하겠지 하고 버텨왔는데 키와 몸이 자랄수록 더욱 성난 맹수같이 제게 달려들며 원망과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희 부부가 전문직에 있다보니 아들에게 저희 못지않은 우수한 성적을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뒷받침했습니다. 그에 못 미치면 발가벗겨 내쫓기, 때리기, 비교하고 수치심 주고 무시하기 등 체벌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들은 공부는 바닥인데다 우리와는 담을 쌓다시피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늘 원수처럼 대하며 폭력적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부모를 원망하며 폭력적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심정은 참담하고 무력하기 이를 데 없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아이가 부모를 마음대로 통제하며 폭력적인 언행으로 화를 마음껏 푸는 것 같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도 결코 행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웃어른이자 부모인 상위체계를 침범해 누가 어른이고 아이인지 모를 정도로 무차별 폭력 행동으로 부모를 위협하고 조종하는 모습은 결코 행복한 아이가 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인 귀하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본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귀하를 들여다보세요. 아이를 이토록 화나게 하고 맹수같이 돌변시킨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입니다. 어린나이에 부모로부터 능력에 대해 비난받고 존재에 대해 부정당하고 존중받지 못한 체벌을 받을 때 아이 심정은 몹시 무력하고 우울했을 것입니다.

모든 아이는 태어날 땐 '마음'이라고 하는 성격의 항아리를 하나씩 가지고 태어나지요. 그 항아리는 처음엔 아무것도 담겨지지 않은 비어 있는 상태랍니다. 그러나 차츰 부모가 먹여주고 입혀주는 사랑이란 갖가지 맛있고 영양있는 음식으로 그 항아리는 차곡차곡 채워지게 되지요. 그것이 모여 그 아이의 '성격'이 되고 '인성'이 됩니다. 그것은 훗날 사람을 대하는 관계 패턴의 기초를 이루게 된답니다. 즉, 아이의 '마음'(성격)은 부모가 넣어주는 재료로 거의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의 성격형성에는 부모의 지대한 사랑의 제공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위니컷이라는 학자는 '아이는 없다. 오로지 어머니가 있을 뿐이다'라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명언을 남겼는지도 모르지요.

지금 아이에겐 명약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지난날 아이가 절절히 원했던 사랑을 주기보다는 귀하 맘대로 생각하고 준 사랑에 대해 정직하고 눈물 어린 '사과의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에게 지금과는 사뭇 다른 방식의 양육을 해야 합니다. 마치,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슬픔을 경험했던 그 어린 시절의 어린아이를 대하듯 말입니다. 그리하면 아이의 눈은 비둘기처럼 순하게 변모할 것이며 아이의 행동은 사랑스러운 사슴처럼 변하리라고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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